안철수 ‘합당 카드’, 꼼수? 소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3-17 1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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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단일화 협상 마감일인 16일 안 후보는 느닷없이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단일 후보가 돼, 국민의힘과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국민의당 당원 동의를 얻어 합당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해도 합당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단일화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의외다. 안 후보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없다”라며 “입당(합당)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후에도 줄곧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 왔다.


    그런데 막판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갑자기 돌변해 국민의힘과의 합당 추진을 선언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앞두고 떠나가는 보수층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격 출마 선언 이후 보수 표심이 일시적으로 안 후보를 향했지만,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오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위기다.


    잠시 안 후보에게 머물렀던 보수 표심이 다시 오 후보 쪽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탓이다.


    안 후보는 이를 타개할 결정적 '한방'이 필요했을 것이다. 보수 지지층에 보내는 그 한방의 메시지가 바로 ’합당 카드‘인 것이다. 이는 보수 유권자를 향해 ‘제3지대가 아니라 보수 진영으로 합류할 테니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나를 찍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반응이 싸늘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의 합당 선언에 대해 “내가 처음에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을 하면 자연적으로 ‘원샷’ 후보가 될 테니 들어오라고 했다”라며 “내가 입당하라고 할 때는 국민의힘 기호로는 당선 불가능하다고 한 사람인데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왜 합당 얘기를 이제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특히 오세훈 후보는 “어차피 할 합당이라면 오늘 당장 입당하라”고 ‘선 입당 후 합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니 합당 선언에도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이런 지경에 처한 건 안 후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안 후보는 그동안 창당이나 탈당을 너무 가볍게 여겨왔다. 실제로 길지 않은 정치 이력에도 그는 너무 많은 탈당과 창당 이력을 지니고 있어 ‘창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따라붙을 정도다. 단지 당권을 이유로 자신이 창당한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만든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니 그의 ‘합당’ 추진 선언에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설사 합당하더라도 또 언제 돌변해 탈당하고 당을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먼저 이런 자신의 불미스러운 정치 이력에 대해 진지한 반성이 나와야 한다. 제3지대를 향한 안 후보의 신념을 믿고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는가. 지금 국민의당 당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패권 양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제3정당의 당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텨 왔을 것이다. 그들과 단 한 차례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합당 추진을 선언한 것 역시 대단히 잘못된 태도다.


    그는 ‘내가 만든 당이니 내가 마음대로 처분 수 있는 물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도 사업을 하면서 굳은 오랜 습성 탓일 게다.


    안 후보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조언하자면 먼저 정치를 하는 이유와 목적부터 확립해 놓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을 가졌다면 처음부터 제3지대 정당을 창당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양당제 국가에서 제3정당으로 대통령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처럼 자신이 대통령 되는 것보다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7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제3지대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힘 합당 카드는 되레 잘 된 일일인지도 모른다. 그가 떠난 공간을 새로운 제3 세력이 채울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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