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선 주자들과 사사건건 충돌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21-08-10 1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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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경준위 월권' 발언에 "후보 겸 심판이냐" 발끈
    중진들 “이 대표 자기 정치 아니냐”…이 측 “억까” 반발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대선주자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 X맨 아니냐’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0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경선준비위원회의 월권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원 후보께서 후보 겸 심판을 하시겠습니까"라며 발끈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도부 권한을 위임받은 경준위가 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흥행을 위해 고민을 하는 것에 대해 후보들은 무리한 언급을 자제하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앞서 원 전 지사가 "경준위는 당헌에 있는 조직도 아닌데 컷오프를 몇 명으로 한다든지, 홍보기획안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앞질러 가는 것은 월권"이라며 "이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자신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데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자, 직접 반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도부도, 경준위도 경선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누가 하라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경선 기획·관리는 당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하고 본선에 이기기 위해서는 침대축구하려는 사람에게는 경고를, 그리고 대선 승리 이외의 다른 목표로 선거판을 흔드는 사람에게는 대선에 집중하도록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를 뛰어야 할 선수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내면서 본인의 유불리에 따라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드러내는 것은 방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증단을 설치하고 토론을 진행하고 국민에게 후보를 알릴 기획을 하는 것이 유권자에게 어떤 해가 되느냐"고도 반문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준석 대표가 당내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밖의 유력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이 대표의 '경선 버스'도 순조롭게 출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선 시작 전부터 파열음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지도부가 없는 상태에서 '기습 입당'을 한 것이나 대선주자 합동 행사에 불참하며 다른 캠프에도 불참을 권했다는 '보이콧 종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 전 총장 측과 이 대표가 공방전을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의원 등 다른 주자들도 윤 전 총장 측을 비판하며 갈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 캠프에서는 대선주자 합동 행사가 많은 것을 두고 '이 대표의 자기 정치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지만, 이 대표 측은 "당 대표로서 지지세를 확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중진 의원들의 '억까'(억지로 까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준석 대표는 지난 4,5일 이틀간 연달아 13명의 대선 경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주관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일로 지적된다.


    한 당원은 “당 대표는 후보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정치권의 관행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명한 선택”이라며 “그런데 이 대표는 모든 게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대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스타가 되려고 하면, 오히려 대선후보들의 비중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심각해진다”며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과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설전 등을 통해 이 대표가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범야권 대선주자들은 그 과정에서 상처만 입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최대의 적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라며 ‘이준석은 민주당 X맨’이라는 는 풍자가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외부에서 본다면 우리 당은 콩가루 집안으로 보일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행동도 해당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고, 모두가 말을 좀 줄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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