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문재인-박원순 벽 넘을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3-28 12: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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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4·7 재보궐선거 초반 판세는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국민의힘이 우위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부동산’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쏟아내는 재개발 확대 공약을 “포퓰리스트”라고 비판지만, 당장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극복하고 역전을 노릴만한 반전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 후보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실제로 오 후보는 현장 유세 때마다 지역 재개발·재건축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오 후보는 박 후보의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구로구를 찾아 “박 후보가 국회의원 12년간 해준 게 뭐냐”며 재개발 공약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리봉동은 박원순 시장 때 1000억원을 투입해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 곳이지만 정작 주민들은 재개발·재건축을 원하는 상황이다.


    결국,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고,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개발을 규제했던 전임 시장과는 다른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 후보는 “강북에 있는 30년 이상 된 공공주택단지부터 재개발·재건축할 것”이라며 ‘재개발’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재개발’ 공약은 이미 오 후보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내세운 것이어서 ‘뒷북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선 후보가 내세운 ‘SH공사(서울주택토지공사)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역시 오세훈 후보가 이미 시장 재임 당시 시행했던 정책으로 역시 ‘뒷북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박 후보는 전날 오전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집중유세에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라면 투명한 분양원가의 공개는 더욱더 절실하게 요구된다”라며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를 최초 추진한 사람은 바로 오세훈 후보다. 그는 이미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재임 당시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는 물론 하도급 내역서까지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SH공사 분양원가 공개(62개 항목)는 2007년 3월, 장지지구 아파트에서 최초로 도입됐으며, 이 제도는 과도한 건설사 시행사의 이익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왔고, 그것이 부동산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이 같은 제도는 사실상 사장되고 말았다.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의 공약을 환영한 것은 이런 연유다.


    오 후보는 “분양원가 공개는 내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시행했던 정책”이라며 “좋은 음악이 역주행하듯 좋은 정책은 시간이 흘러도 ‘역주행’이 가능한가 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정책을 따라오는 것은 용기도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오랜만에 박후보님 선거운동 방식 중 칭찬할 일이라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영선 후보는 이번 선거가 이처럼 ‘부동산’ 문제로 흘러가면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게 사실 박 후보의 잘못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24차례나 발표한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이었고, 민주당이 공천한 전임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 규제가 초래한 부작용 탓이지 박 후보가 거기에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 후보로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이 몸을 담았던 정당 소속 후보로 출마한 만큼, 그들의 업보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게 정당정치인 것을.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가 넘어야 할 벽은 오세훈이 아니라 어쩌면 같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문재인-박원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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