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제3지대’와 최재형의 ‘경쟁력’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8-11 12: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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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의 최대변수를 꼽으라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제3지대’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본선경쟁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여야 대선주자들은 당내 경선을 의식하느라 산토끼인 중도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소속 정당 지지층인 집토끼 단속에만 열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의 승패는 중도층의 표심에 달려 있다.


    비록 결집력이 떨어지는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선택에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정권 교체에 대해선 찬성하면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선 거부감을 느낀다. 기존 패권 양당에 비판적인 다당제 지지층과 비민주 호남 표심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대선 때마다 이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동안 세력화를 하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안철수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을 38석의 원내교섭단체로 만드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그에게는 중도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담겨 있는 다당제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실제로 그는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호남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승민과의 합당을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비민주 호남 표심조차 끌어안지 못했다. 그 결과가 38석에서 3석으로 쪼그라든 지금의 국민의당이다.


    그러면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안철수와 함께 사그라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고작 30% 안팎에 불과하다. 그 20%가량과 10%가량의 무응답층 등 30% 정도는 여전히 패권 양당에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 그들을 결집하기만 한다면 한번 해 볼 만하다.


    그 틈새를 김동연 전 부총리가 파고들고 있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동연 전 부총리가 최근에 이른바 ‘짜장면 회동’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총보수 대 총진보의 대결로 짜여가고 있다 보니 이쪽도 저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중도층이 마음을 둘 곳이 없다”라며 “이분들을 붙잡아줄 어떤 틀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진 전 교수에게 “창당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가 어떤 사람들과 만나 어떤 식으로 창당하느냐에 따라 제3지대의 성패를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중도 표심을 끌어안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압도적 정권 교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만만치 않은 본선경쟁력이다.


    사실 야권에선 그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외에는 눈에 띄는 대선주자가 없었다.


    그런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혜성같이 등장했고, 정치참여를 선언한 지 불과 한 달여 밖에 안됐음에도 11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상당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 이재명' 가상 양자 대결에서 윤석열 전 총장 41.7% 이재명 경기지사 36.3%로 집계됐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였다. '최재형 대 이재명' 양자 대결 역시 이 지사 36.4%, 최재형 전 감사원장 33.1%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3.3%p의 근소한 차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입장에선 반드시 윤석열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최재형의 경쟁력은 유승민 전 의원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제 '유승민 대 이재명' 양자 대결의 경우 이 지사 35.8%, 유승민 전 의원 21.7%로 격차는 두 자릿수 대인 14.1%p로 크게 벌어졌다.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던 유 전 의원이 정치 새내기보다 경쟁력이 훨씬 뒤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최재형 전 원장이 강하다는 의미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견고한 TK 지역 민심이 윤석열 대안으로 최재형을 지목할 가능성이 커졌다.(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은 윤석열의 일방독주가 아니라 최재형과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이고, 국민의 관심도 역시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당연히 경선은 흥행할 것이고, 누가 승리하든 정권 교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 아니겠는가.


    여기에 중도 표심을 끌어모은 제3지대의 김동연까지 가세하면 금상첨화다. 압도적 정권 교체도 가능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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