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은 ‘정권심판 선거’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3-25 12: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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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에서는 박영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선다.


    사실 ‘인물 브랜드’ 면에서는 두 후보 모두 서울시장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두 후보 모두 극단적 성향이 아닌 탓에 중도층 민심을 흡인할 능력도 있고, 별다른 ‘약점’이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야권에서는 박 후보의 배우자가 일본 도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 2월 매매한 것을 두고 ‘투기’라며 공세를 퍼부었지만, 그게 변수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다.


    여권에선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미 10년 전에 똑같은 의혹이 제기됐었고, 그때 충분히 소명된 일이어서 타격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인물로만 보자면, 박영선 후보나 오세훈 후보나 큰 결격사유가 없는 훌륭한 서울시장감인 셈이다.


    그런데도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단일화 이후 실시한 첫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18.5%p 격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25일 공개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0%가 오 후보를, 36.5%가 박 후보를 각각 선택했다. (95% 신뢰수준에 ±3.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두 후보의 격차가 무려 18.5%p에 달한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는 오 후보 59.3%, 박 후보 35.2%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물론 적극 투표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오 후보 57.9%, 박 후보 36.4%로 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역시 극복하기 어려운 수치다.


    인물 경쟁력에선 크게 밀릴 것 없는 박 후보가 이처럼 오 후보에게 큰 격차로 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민심이 작용한 탓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거대한 의석을 앞세워 입법독주를 자행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민이 회초리를 들고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이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심판론’에 대해 “임기 1년짜리 시장이 임기 동안 하는 일이 정권심판이다, 그게 서울이나 부산을 위해서 옳은 일인가. 그 1년 짧은 기간 동안 싸움만 하다가 말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일을 해도 모자란 그 시간에 더구나 지자체장이 정부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민을 위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정권심판론은 야권이, 그리고 야권 후보가 제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 유권자들의 생각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샤이 진보’를 운운하며 잘못된 정권 운영에 대해선 전혀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로 박영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진성준 전략본부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굉장히 사납고, 정권의 책임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숨은 진보 지지층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놓고 ‘박영선 지지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속내를 감추지만, 실제로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표심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공룡처럼 거대한 집권 여당이 그런 표심을 기대한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독선적인 의회 운영에 대해 국민 앞에 납작 엎드려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이라도 엎드려야 한다. 만약 ‘샤이 진보’가 있다면, 그들이 부끄럽지 않게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당이 만들어주어야 할 거 아니겠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민주당 지도부 판단과 상관없이 ‘정권심판 선거’라는 게 현재의 민심이다. 정권이 국정 운영을 잘했으면 승리할 것이고 못했으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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