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X파일’ 작성자는 누구?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6-23 13:29:46
    • 카카오톡 보내기

     
    주필 고하승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거기에 담겨 있는 실체가 불분명한 내용보다는 외려 작성자가 누구냐 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따라서 누가 그걸 작성했든 작성자가 드러날 경우, 그는 ‘공작 정치’를 부활시킨 자로 낙인찍히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게 빤하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발뺌하며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작성 주체로 지목하는 마치 ‘폭탄 돌리기’와 흡사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윤석열 X파일'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대체 누가 그걸 작성한 것일까?


    '윤석열 X파일'을 봤다고 주장하며 논란에 불을 지핀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과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문건 작성의 주체로 '여권'을 지목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야당을 출처로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전 총장과 야권 내에서 경쟁을 벌이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지목하기도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자신은 이 파일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윤 전 총장 검증자료를 쌓고 있을 뿐이지, ‘X파일’로 불릴만한 문서는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파일을 야권이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야권 대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가장 정확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홍준표 의원을 파일 출처로 지목한 셈이다.


    송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X파일을 민주당이 만들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수 야당의 주류와 비주류 싸움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며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될 텐데, 아마 홍 의원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검찰 후배고,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있는 분이 홍 의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견제하려 ‘X파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황교안 전 대표의 이름도 거론됐다. 소위 '공안통' 검사 출신인 황 전 대표 측이, '특수통' 출신인 윤석열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X파일을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대해 황 전 대표는 “황당하다”라는 입장이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파일에 검사 시절 내용이 담겨 있기에 황 전 대표 쪽에서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라는 사회자의 지적에 “말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여권이 출처를 야당으로 의심하는 이유는 X파일을 가장 먼저 거론한 신지호 전 의원이 “야당 의원실에서 봤다”라고 주장하는 탓이다. 송영길 대표의 ‘윤석열 파일’ 관련 발언이 나온 것도 신지호 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다.


    하지만 신지호 전 의원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파일에는 윤석열 검사가 수사하면서 특정 피의자를 친소(親疏)관계 때문에 봐주는 등 사건처리를 엄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재벌 비위 수사를 뭉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라며 “법무·검찰의 내부정보를 획득해야만 각색을 통해 생산 가능한 ‘작품’인데 그 주인이 야당이라는 추론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생산지는 여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장성철 소장이 여권을 작성 주체로 지목한 이유는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전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이 이 문건을 보고 공개한 배경과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자금흐름과 액수 같은 것도 있다는데 맞느냐는 진행자 질의에 장 소장은 “그렇다”라며 “어떠한 기관의 개입이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이어 “4월에 작성된 문건은 어떤 곳 어떤 부서에서 만든 것까지 제가 다 얘기를 들었고, 6월에 만든 문건은 그냥 정치 여권에서 만든 것이라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정부 기관이나 여당에서 만들었을 것이란 의미다.


    결국, 파일의 내용 검증보다는 작성자를 파악하기 위해 여야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누가 이런 황당한 것을 작성했든, 그는 정치권에서 물러나야 한다.


    만일 대선 캠프나 대선주자 주변에서 그런 것을 활용하자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제2의 김대업’과 같은 사람으로 당연히 그를 멀리해야 한다.


    장성철 소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작성 주체가 문재인정부의 어느 공기관 같은데 어차피 밝혀질 것, 차라리 이쯤에서 솔직하게 국민 앞에 엎드려 백배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어떨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