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전동맹, ‘레임덕’ 가속화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5-25 1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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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발전 시장 진출을 위한 ‘한미원전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탈(脫) 탄소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대표주자로 원전 건설을 제안했다고 하니 탈원전을 친(親) 환경정책으로 알고 추진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혼란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전통적인 원전 강국인 미국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 손잡은 것이다.


    최근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원전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의 직접적 피해를 받은 동유럽 국가들도 앞다퉈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6기 원전을 짓기로 한 폴란드를 중심으로 체코,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등이 발주한 원전이 20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규원전 수주를 중국과 러시아가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탈원전 정책만 없었다면 한국이 강력한 경쟁자가 됐을 것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실제로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지난달 6일 상업운전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수출 원전이 실제 운영되는 국가가 됐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무리하게 탈원전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처음부터 한국수력원자력에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까지 나온 마당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7년 11월 7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작성을 위해 산업부와 사전 협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불가피하다’라는 구체적 보고 문구까지 정했다고 한다.


    결국,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내용이 담긴 현황조사표를 산업부에 제출했고, 이후 탈원전 정책은 순조롭게 진행했다.


    실제 산업부는 한수원 현황조사표를 바탕으로 신한울 3·4호와 월성 1호기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해버렸다. 사실상 두 원전에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특히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조작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그로 인해 검찰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채희봉 전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사진)을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도 함께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을 위해 이처럼 불법도 서슴지 않았던 문재인정부가 한미정상 회담에서는 ‘원전 동맹’을 맺었다니 어안이벙벙할 따름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그걸 “최고의 성과”라고 자화자찬까지 하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야당이 한미원전 동맹에 합의한 문 대통령을 향해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생태계를 황폐화한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건지 의심스럽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이중플레이를 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국내에선 원전이 위험하다며 온갖 불법과 무리수를 자행하면서까지 탈원전을 밀어붙인 문 대통령이 이번에 성명을 내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제 탈원전을 정책 기조로 삼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확실한 입장을 국민에게 밝힐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이 원전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즉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의제를 거절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합의에 서명한 것인지, 아니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원전 추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인지 밝히라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자업자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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