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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제주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가 당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대선 경선을 치르는 것이 법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도정 업무 수행과 당내 경선 병행이 자신의 양심과 공직 윤리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전히 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 측이 지사직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 이낙연 캠프의 박래용 대변인은 "경기도청이 기본 소득 홍보에 쏟아부은 돈이 현재까지 광고횟수 808회, 총 33억 9400만 원"이라며 "이 중에는 해외 언론사인 미국 'CNN', '타임', '포브스', 유럽의 '유로뉴스'에 준 광고비 4억 원도 있다. 내 돈이라면 그렇게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기루 같은 기본 소득 홍보에 앞으로 얼마나 더 도민의 혈세가 들어갈지 모른다. 왜 그렇게 한사코 경기 지사직을 유지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라고 꼬집었다.
그가 자신의 대선 공약인 ‘기본 소득’을 홍보하는 등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도지사직을 움켜쥐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어 박 대변인은 "기본 소득이 어떻게 도정홍보인가. 경기도 예산은 지사의 현금 자동인출기가 아니다. 그 돈, 채워 넣으라"라고 쏘아붙였다.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캠프의 박찬대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공무 일정 이외의 비용은 전액 정치자금으로 집행하고 있다"라는 동문서답식 논평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누구처럼 쉽게 책임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1300만 방역 사령관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라고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경기도가 이재명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 소득’ 홍보 예산으로 33억 94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혈세를 정말 마구잡이식으로 뿌렸는지 아닌지 그걸 답하면 되는데, 엉뚱하게도 공무 일정 이외의 비용은 전액 정치자금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하니 의구심만 더욱 커지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민에게만 재난지원금 100% 지급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지사직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매표 포퓰리즘이자 경기도민이 위임한 권한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도정 권력을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남용하는 권력 사유화”라고 맹비난했다.
원희룡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민에게 세금 걷어서 그 세금으로 경기도민에게 표를 사고 있다"라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사 찬스'를 즉각 중단하라"라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마치 전 국민에게 ‘보아라 내가 대통령이 되면 돈 뿌리겠다’라고 선포하는 듯하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전날 "17개 시도간 형평성 문제도 있고, 재정부담으로 인한 기초단체들의 반발 움직임도 있다"라며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CBS 라디오에서 "88%라는 산물은 당·정·청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합의한 것인데, 어렵게 결정한 것을 경기도가 뒤집어버리면 다른 시도는 어떻게 하나"라며 "이 지사는 국정 경험이 없어서 이런 결정을 하는 것 같다"라고 한탄했다.
김두관 의원 역시 "경기도만 주고 다른 지방은 못 주는 것은 더 심각한 편 가르기"라며 "돈 많은 경기도에서는 100%가 받고 돈 없는 지방은 88%만 받는 것은 정부의 선별지급보다 더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이재명 후보는 마땅히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옳은 길이다. 다른 그 어떤 말장난으로도 이 당위성을 깨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다시 한번 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지사직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정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패배주의자의 발상으로 차라리 대선을 포기하는 게 낫다.
그러니 이재명 후보는 부디 자신의 양심과 공직 윤리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라 지사직을 사퇴한 원희룡 후보의 됨됨이를 본받기 바란다.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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