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레임덕’을 피하지 못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3-29 13: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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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지지도가 최근 ‘레임덕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5% 선이 무너지면서 부정평가가 급기야 60%대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이에 따라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특히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한층 가속화 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2516명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34.4%로 35% 선이 무너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62.5%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긍·부정 격차를 28.1%로 벌였다.


    특히 4월 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지역 지지율에서 정당지지율은 국민의힘 41.2%, 더불어민주당 25.6%였고,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져 국민의힘 42.1%, 민주당 24.4%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불리한 상황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이처럼 국민 3명 중 1명만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6명 이상이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면, 이는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의미로 레임덕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붕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6공화국 출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임기 말 마지노선인 35% 지지율을 지키지 못해 레임덕을 맞아야 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은 생존해 있음에도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아직도 수감 중이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자식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레임덕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도 그들과 같은 불행한 임기 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런 극단적 레임덕 현상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레임덕 현상은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미국에서 가장 먼저 유래했다고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서 연설문을 읽었더니 기자회견장에는 기자 한 명만이 졸고 있고, 직원들을 대신해 자기가 직접 백악관 전화를 받고, 시간이 남아돌아 잔디 깎기를 돌리는, 즉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의 모습을 풍자해 웃음을 자아낸 일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제의 폐해인 것이다.


    이 같은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제는 87년 낡은 체제를 뜯어고쳐야만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제는 이미 낡은 비행기다. 이 낡은 비행기를 타면서 나는 추락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그 누구도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제는 대통령의 권력 독점과 폐해는 없애야 한다. 여야가 함께 권력의 합의제 민주주의를 준비해야 한다”며 “제1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거대 양당이 싸움만 하는 정치가 아니라 연합정치가 제도화되도록 국회의원 선거제도 또한 바꿔야 한다. 윤석열이 이 길에 앞장서달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연유다.


    만일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윤 전 총장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형태의 ‘분권형 개헌’을 기치로 내건다면, 대단한 폭발력을 지닐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이라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저항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협치의 역사를 써나가겠다면, 언론인이기 이전에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기꺼이 그를 지지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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