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언중법’ 저지에 관심 가져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8-24 13: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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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25일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법안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나, 칼럼 등 공식적인 의견을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자제해왔다.


    자칫 이해당사자 격인 언론인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원로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 대해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도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호소했다.


    이 단체가 어떤 단체인가.


    1974년 유신독재시절 동아투위와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의 해직 언론인 등 언론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2014년 7월 15일에 설립된 단체 아닌가.


    그들이 반대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국내 언론 현업 4개 단체도 공동 성명을 내고 “위헌적 법률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어디 그뿐인가.


    140개 국가, 60만 명의 기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기자연맹(IFJ)도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이 법안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언론인협회(IPI), 서울외신기자클럽(SFCC)도 언론중재법 개정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제 이 문제는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 언론중재법은 무엇이 문제인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가장 큰 문제다. 허위조작 보도 요건을 규정하는 데 불명확한 표현이 많아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이로 인해 비리를 파헤치는 언론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 비리 보도 특성상 그 내용 중 일부는 추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고의 혹은 중과실이 아니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걸 틀어막겠다는 거다.


    이는 사실상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의혹을 보도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으로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 권력이 언론의 기사 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도 ‘민주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에서 버젓이 이런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 과정 또한 정상적이지 않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각 3명)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넣는 꼼수를 썼고, 김 의원은 민주당과 '한 몸'이 되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실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 지명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자 "야당 위원들이 없지만, 더욱더 충실한 법안 논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을 사실상 '여당 위원'으로 여긴 것이다.


    심지어 김 의원은 민주당이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하한을 없애려 하자 안건조정위에서 '1,000만 원 하한 재도입'을 고집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그는 언론 보도를 대기를 더럽히는 오염물질에 빗대는 악의적인 비유를 하기도 했다.


    마지 자신이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 언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가 나왔고, 그로 인해 물러난 데 대한 앙갚음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그가 보여준 셈이다.


    법안 심의도 그야말로 졸속이었다. 수많은 쟁점을 품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 심의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3분으로 한 시간도 안 됐다. 언론단체들이 독소조항으로 꼽는 문제 등에 대한 논의는 일절 생략됐다. 단 1분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은 명목상 피해보상을 내세웠으나 사실은 언론의 기본적인 자유와 기능을 침해하는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치 권력의 언론 입막음 도구로 활용될 것이 빤한 이 법안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내 경선에 개입하려는 노력의 절반이라도 여기에 쏟을 필요가 있다. 그게 제1야당 대표가 갖는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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