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대통령’ 악순환 고리 끊어내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5-11 13: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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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에 맞춰 '대통령 탈당론'이 제기됐다.


    물론 다른 역대 대통령들처럼 집권당 내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야당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 역시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적을 보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87년 체제의 6공화국 출범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가 임기 말에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탈당을 강요당하거나 아니면 임기 후에 자진 탈당, 혹은 출당되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6공화국 첫 번째 대통령인 노태우가 그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는 박철언을 후계자로 지목하려고 했지만, 김영선 전 대통령이 당권 경쟁에서 승리하자 1992년 8월 28일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 총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불과 21일 뒤인 그해 9월 18일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탈당했다.


    그리고 퇴임 후에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의 주범으로 지목돼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감옥에 가야만 했으며, 지금은 법령이 정하는 대통령 예우마저 박탈당한 상태다.


    그 뒤를 이은 YS(김영삼)와 DJ(김대중) 역시 ‘불행한 대통령’ 역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YS는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에 설상가상으로 차남 김현철씨가 이른바 ‘한보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는 일가지 발생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당시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 대선 후보인 이회창 총재가 그의 탈당을 요구했고, 결국 1997년 11월 7일 탈당했다.


    DJ도 취임한 지 만 4년이 지날 즈음인 2002년 5월 5일 여당을 탈당했다.


    당시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나라종금 인사 청탁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차남 홍업씨는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알선수재, 조세 포탈 등으로 구속됐으며, 김홍걸 의원은 최씨로부터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DJ는 대선을 치러야 할 여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했다.


    노무현의 탈당론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2006년 5월 지방선거 이후부터다. 당시 여당은 16개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그러자 여당은 노무현 탈당 요구와 함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정동영 전 의원 등 차기 대권을 노린 인사들이 탈당파의 중심에 서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탈당 요구에 시달리던 그는 취임 4주년을 사흘 앞둔 2007년 2월 22일 탈당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퇴임 이후 비극적 선택으로 국민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동안 유일하게 탈당하지 않은 6공화국 대통령은 MB(이명박)다.


    하지만 당내에서 탈당 요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임기 말 MB와 대립해 온 새누리당 친박계가 탈당을 요구했지만, 당시 당내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가 눈감아 주었기에 탈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MB도 퇴임 이후인 2017년 1월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자 친이계 의원들과 함께 당적을 정리했다. 그것으로 불행이 끝난 건 아니었다.


    퇴임 이후에도, 다스를 비롯한 각종 비리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잇따랐으며, 결국 그는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말았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보수 정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이런 불행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특히 박근혜는 역대 대통령 중 여당이 출당 조치한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10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주류 의원들이 그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당 핵심 지지층의 반대로 당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대선 이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자 2017년 11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제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지금은 구속된 상태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에서 예외일까?


    아무래도 그럴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당 내부에서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지만, 지지율이 조금 더 떨어지면 당내 대선주자들이 그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울산시장선거개입 혐의 등으로 청와대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퇴임 이후에라도 그의 안위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탄핵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기소되는 상황까지는 막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차기 대통령은 다를까?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그가 누구든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권력 구조시스템을 만드는 개헌을 약속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헌 논의는 바로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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