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침묵, 역겹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10-07 13: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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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과 얽혀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 그로 인해 대법관의 위상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런데도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이 없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7일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의 ‘50억 약속 클럽’에 포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재판 거래의 강한 의혹이 점점 사실에 접근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무죄 선고까지 담당한 장본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법관 권순일의 돈거래가 사실이라면 이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뇌물 돈거래로 된 것이라는 말로, 헌정사상 초유의 대재앙”이라며 “판결 취소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고돼야 정의”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돈을 받고 이재명 지사의 무죄 판결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 의심을 받을만한 정황이 여럿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권 전 대법관은 무죄 판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주심 대법관이 아니었지만, 전원합의 심리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이상의 역할을 하며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다고 한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에 대한 전합에서 무죄 취지로 별개 의견을 냈고, 특히 전합 최종회의 중 5 대 5인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수의견에 서면서 7 대 5로 무죄 취지 결론이 났다. 이 판결로 이 지사는 2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도지사직을 유지하게 됐으며 대선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만일 권 전 대법관이 유죄 의견을 냈다면 이 지사는 지사직 박탈은 물론 대선 출마는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사실 권 전 대법관은 5년 전, 이재명 사건과 유사한 전북 익산시장 사건에선 주심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한 바 있다. "공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2015년 10월 유죄가 확정된 박경철 당시 전북 익산시장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의 담당 대법관이었다.


    박 전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차례 방송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을 받았다.


    재판부였던 대법원 3부는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근거가 약한 의혹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면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져도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해 공익에 현저히 반한다"면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취임 1년 4개월이었던 박 시장은 이 판결로 시장직을 잃었다.


    그런데 5년 뒤 권순일 전 대법관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서 정반대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무죄 판결에 어떤 흑막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의심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 판결을 전후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 씨가 수차례나 권순일 전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 대법원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김씨의 부동산 개발회사 화천대유는 이재명 지사가 주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수천억원의 돈을 챙기고 있었다.


    화천대유는 이재명 지사 선거법 위반사건 2심 판결문에 세 차례나 언급된 상태였기 때문에 권 전 대법관이 그 회사의 정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은 무리하게 김 씨를 만났고, 대법원에서 이 지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넉 달 만에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이에 따라 김씨가 이 지사의 무죄를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즉 이재명 지사는 김만배 씨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었고, 김 씨는 그 대가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자신의 고문으로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하며 이 지사의 무죄 판결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대법관 권순일의 돈거래가 사실이라면 이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뇌물 돈거래로 된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다. 어쩌면 당신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이 이런 혼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권순일 전 대법관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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