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보다 최재형을 주목하는 이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5-24 13: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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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미담제조기’로 불리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야권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윤석열 전 총장을 당으로 데리고 오겠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거나 그와의 인연을 강조했는데 최근에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윤 전 총장이 자주 언급되긴 하지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특히 최재형 감사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빈도가 잦아졌다는 것.


    실제로 주호영 의원은 최근 “안철수·윤석열·최재형 등 당 밖의 유력한 주자들이 당 경선에 주저 없이 참여하도록 문을 활짝 열겠다”면서 특히 과거 군 법무관 시절 상·하급 부대에서 최 원장과 함께 일한 인연을 거론하는가 하면, 나경원 전 의원도 “최재형 원장, 윤석열 전 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아니다”며 이들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가길 희망한다는 글을 적었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 잠룡들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자천타천으로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윤석열 전 총장에게만 쏠리던 시선이 적어도 세 사람에게 분산되는 모양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윤석열 전 총장의 잠행(潛行)이 길어진 탓이다.


    이러다 자칫 윤 전 총장이 불출마하거나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취할 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김동연 최재형 이름을 윤 전 총장과 동시에 거론하는 것은 윤 전 총장을 향한 일종의 압박 메시지이다. 빨리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 윤 전 총장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대선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하면 정권교체는 간단히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마디로 (당 대표) 자격이 없다”라며 “그런 단견(短見)으로 어찌 살아 움직이는 험악한 대선판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過勿憚改ㆍ과실을 범했으면 즉시 고쳐야 함)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윤 전 청장을 겨냥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축소ㆍ은폐시킨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재차 적폐 수사에 대한 '사과의 과정'을 거치라고 강조한 거다.


    이어 탈원전 감사에서 주목받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거론하며 “소중한 우파의 자산”이라고도 강조했다.


    당내에선 김 의원의 이런 견해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윤 전 총장이나 사실상 이미 정치 활동을 개시한 김동연 전 부총리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낫다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그를 두 번이나 퇴짜 놓은 최 원장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형국이다.


    게다가 두 명의 자녀를 입양해 키워내고,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등에 업고 다니는 등 “‘미담 제조기’로 불릴 만큼 ‘인간적 스토리’가 훌륭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개헌을 위한 개인적 희생이 가능한 대권 주자라는 사실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미 1987년 낡은 제왕적 대통령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여야 대권 주자들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욕심 탓이다. 특히 대통령제를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기 위해선 5년인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4년으로 맞추고,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데, 그러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를 3년이나 앞당겨 반납해야 한다.


    지금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자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제왕적 권력을 앞당겨 내려놓기 싫어서 개헌을 공약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 원장은 성격상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길이 바른길이라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 전 총장보다는 최 원장이 더 큰 폭발력을 지닐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는 최 원장의 의지다. 최 원장은 단 한 번도 '정치를 하겠다'라는 뜻을 밝힌 적이 없다.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까지이지만 공직자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 올해 11월이 끝나기 전에 공직을 내려놔야 하는 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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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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