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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015년 사업협약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이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검토의견서를 만들었다가 7시간여 만에 이 조항을 삭제해 버린 사실이 발각됐다.
이로 인해 성남시가 환수해야 할 몫은 터무니없이 축소되고 민간업자들은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게 됐다.
과연 이런 일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시나 묵인 없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애초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은 2015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인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과 수익률 배분 등을 정하는 주주협약에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한 검토 문건을 전략사업팀에 보냈다. 부동산 시장 변화로 화천대유 쪽 수익이 보장되는 ‘평당 1400만원’을 넘어설 경우 그 초과 이익을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개발사업 1팀은 불과 7시간 만에 이 조항을 뺀 사업협약서 공문을 이른바 ‘유동규 별동대’로 불리는 전략사업팀에 보내고 말았다.
이로 인해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이 해당부지를 평당 2000만원 가까운 분양가를 받고 매각했지만, 성남도시개발 공사가 환수한 것은 통상 민간업자들이 사업을 시행할 때 기부하는 수준에도 못 미치는 터무니없이 적은 몫을 기부받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와 성남시민들에게 나눠줄 혜택은 축소되고 대신 민간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과연 이 모든 것을 설계사무소에서 두 달가량 운전기사로 일한 것이 건축업무 경력의 전부인 유동규 전 본부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이것을 이재명 지사가 지시했거나 방조했다면 공범이 되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으로 정치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혹시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을 특별히 발탁한 배경에는 이런 일을 지시하거나 묵인하더라도 비밀이 지켜질 것이란 믿음이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본부장이 2018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당시, 이재명 지사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청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정모 실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유동규의 이력서를 관광공사 측에 밀봉해서 보내면서 ‘유동규로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경기도 산하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기에 경기관광공사 측에서는 위원들을 상대로 소위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당시 이력서를 전달한 도청 공무원이 자필로 유동규라고 쓴 이력서를 증거자료로 확보했다. 필적감정을 하면 모든 경위가 한 점 의혹 없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차관급으로 경기도 산하기관 중 최고로 선호되는 자리다.
그런데 당시 24개 기관장 중 제일 먼저 임명한 자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이었고, 그 자리에 유동규가 임명된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때 비밀을 잘 지키고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았다면, 특별한 경력도 없는 그에게 차관급 자리를 내어줄 리 만무할 것이다.
검찰 압수수색 당시 휴대폰을 창밖으로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한 것 역시 이 지사에게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자 비밀을 지키겠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구속에도 이 지사가 “1원도 받지 않았다”라고 큰소리를 치는 걸 보면, 그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것 같다.
아마도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모든 것을 혼자 뒤집어쓰고 책임을 질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대장동 원주민 제보 녹취록이 공개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해당 주민은 “이 지사가 ‘시장이 되면 (민간) 사업이 진행하게 도와준다’고 했다가 당선 후 말을 바꿨다”라며 “(면담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절대 피해 안 가게 하겠다’고 해서 당신이 어떻게 책임지느냐고 하니 ‘내 말이 시장 말이다. 내 말이 이재명의 말이니까 믿고 기다리라’고 했다”라고 폭로했다.
앞으로도 이런 폭로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지사가 끝까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것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차라리 지금 솔직하게 자신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고백하고 후보를 사퇴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무능해서 일을 잘못 처리해 결과적으로 성남시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런 아수라판을 만들어 놓고도 뻔뻔하게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며 국민의 화를 돋우는 발언은 그만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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