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20대 이하 여성 몰아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4-14 1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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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극단적인 ‘페미니즘’도 위험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이 여성을 적대시하는 ‘반(反)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이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성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의 절반인 우리 어머니, 아내, 딸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건 옳지 않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필요한 운동이다.


    다만 그게 지나쳐 외려 ‘남성이 역차별’ 당하는 수준까지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극단적 페미니즘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남성 홀대 사상’으로 규정하고 의도적으로 남녀를 ‘갈라치기’해 선거에 이용하는 반페미니즘은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그게 표심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아주 질이 나쁜 포퓰리즘이다.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했다.


    20대 이하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다.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22.2%에 그쳤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위선과 무능, 그리고 ‘내로남불’까지 겹친 현 정권에 어찌 젊은 표심이 분노를 표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20대 이하 여성의 표심은 달랐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박 후보 지지율이 44.0%로 40.9%의 오 시장보다 앞섰다. 양당 후보가 아닌 제3의 후보에게 준 표심도 15%가량이나 됐다.


    그들이라고 오만하고 독선적인 현 정권을 심판할 마음이 없었겠는가. 더구나 전임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인 까닭에 남성들보다도 더 분노가 치밀었을 것 아닌가.


    실제로 성폭력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했던 진선미, 고민정, 남인순 의원은 그대로 박영선 후보 캠프 요직을 맡아 여성의 분노를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을 미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경선 후보였던 우상호 의원은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원순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냐'라는 발언을 하며 2차 가해 논란까지 불렀다. 따라서 20대 이하 여성의 표는 남성의 표보다도 더 많이 오세훈 후보로 가는 게 지극히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오세훈 시장이 아닌 민주당 후보나 제3의 후보에게 60%를 몰아줬다면 거기엔 뭔가가 작용했을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오세훈 표가 되었을 표를 오지 못하게 막은 뭔가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대체 그게 뭘까?


    어떤 이유로 정권에 분노한 20대 이하 여성의 표가 오세훈이 아닌 다른 쪽으로 흘러가게 된 것일까?


    20대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유독 이번 선거에서 남녀의 표심이 갈라진 것을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오세훈 후보의 캠프에서 활약한 이준석 씨의 반페미니즘이 한몫했을 것이다.


    이 씨의 반페미니즘 활동은 상당히 오래됐다. 그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었다.


    이설아 세계시민 공동대표가 선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씨를 겨냥해 “20대 남성 타령만 했으니 20대 여성이 이탈했지”라고 꼬집은 것은 이런 연유다.


    한마디로 이 씨의 남성 타령 탓에 마땅히 오세훈 후보에게 갈 표가 민주당이나 제3 후보 쪽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증명됐듯이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질 나쁜 방식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국민은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 한 문재인 대통령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 20대 이하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는 철부지 정치인의 모습은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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