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상태가 위중하거나 중증 이상일 정도로 나빠지는 환자들이 연일 20∼30명씩 증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기계 호흡을 하거나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쓰는 환자를 '위중환자'로, 스스로 호흡은 할 수 있으나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산소 치료를 하는 환자를 '중증환자'로 나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3일 오전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가 154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23명) 집계된 환자와 비교하면 31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의 집단발병이 본격화한 지난 8월 중순만 하더라도 위중·중증 환자 수는 10명대에 불과했다.
지난 8월18일에 9명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16일 만에 17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이같은 급격한 증가세는 방역당국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도 뛰어넘는 것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분석을 언급하면서 "매일 3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9월3일까지 중환자가 최대 13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처럼 위중·중증 환자가 늘어난 데는 무엇보다 고령 확진자가 급증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젊은 연령층에 비해 면역력이 낮고 감염됐을 때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치명률만 하더라도 전체 평균치는 1%대에 그치지만, 80대 이상에서는 20% 즉, 감염자 5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2일 오전 0시 기준으로 발표한 위중·중증 환자(124명 기준) 가운데 60대 이상은 105명으로, 84.7%에 달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이번 일요일까지는 위중·중증 환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규모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환자 치료 병상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전국의 중환자 치료 병상 511개 가운데 비어있는 병상은 49개(9.6%)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인력, 장비 등을 갖춰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43개(8.4%)다.
수도권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위중·중증 환자의 73.4%(124명 중 91명)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현재 수도권에서 확보된 중환자 치료 병상 306개 가운데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병상은 9개(2.9%)뿐이다.
이에 정부는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원'을 지정하는 등 중환자 치료 병상을 이달까지 110개, 연말까지 103개 더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수본 관계자는 "다른 병상과 달리 중환자 병상은 시설, 장비, 인력 등이 많아 단기간에 확충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담 치료병원 지정 및 보상 등에 대해 의료계에도 설명한 뒤 병상을 확충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