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판단력 있는데 자녀에 시술 동의서 받아··· 부모 사망해 자녀들 소송

    사건/사고 / 문찬식 기자 / 2021-04-29 15: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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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 "설명 의무 위반··· 유족에 2000만원 배상"
    [인천=문찬식 기자] 환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자녀로부터 시술 동의서를 받는 행위는 의료진의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장재익 판사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인 자녀 2명이 B 의료재단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장 판사는 위자료 2000만원을 A씨의 자녀 2명에게 지급하라고 B의료재단과 C씨에게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6월20일 오전 10시44분경 B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한 병원을 찾아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흉부 X선 촬영 후 심전도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고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진단했다.

    같은 날 곧바로 입원한 A씨는 '관상동맥 조영술'과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의식도 뚜렷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였으나 40분 뒤 갑자기 맥박이 느려지면서 정신을 잃었고 오후 9시10분경 사망했다.

    A씨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술 중에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막에 혈액이 고이는 '혈심낭'과 심장이 압박돼 혈압이 떨어지는 '심낭압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부위는 시술 과정에서 혈관을 통해 접근하긴 어렵기 때문에 시술 중에 물리적 손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작다. 부검으로는 그 원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자녀들은 B의료재단과 의사 C씨르 상대로 1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자녀들은 "환자가 당시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나이도 많아 의료진이 신중하게 시술을 결정했어야 했다. 의료진이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않고 시술을 했다"며 "환자가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판단 능력도 있었는데 자녀로부터 시술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당시 진료나 시술 중에 의료진의 과실은 없었다면서도 시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장 판사는 "A씨가 시술을 받기 15일 전 파킨슨증 진단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시술 당일 간호사가 작성한 '간호초기평가' 서류에는 '의식상태 명료. 의사소통 원만함'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씨는 환자가 아닌 그의 자녀로부터 시술 동의서를 받은 구체적인 이유도 서류에 적지 않았다"며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 능력이 있으면 친족의 승낙으로 환자의 승낙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C씨는 의사로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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