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최진우 기자] 4일 오전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3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발음과 함께 지진이 난 듯한 거센 충격으로 주변 건물과 창문이 부서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59분경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납사(나프타) 분해 센터(NCC)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신고 접수 후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 인력까지 출동하도록 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74명과 장비 66대를 동원했다.
경기소방본부(화학차)와 육군 32사단까지 사고 수습에 나섰다.
불길은 2시간여 만인 오전 5시12분경 잡혔다. 대응 2단계도 해제됐다.
불은 연면적 12만여㎡ 공장 내부와 시설물을 태웠다.
서산시는 이번 사고로 근로자와 주민 등 36명(오전 10시 기준)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화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중상자는 2명이다.
부상자로 집계된 인원 중에는 인근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도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더 있어 부상자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납사 압축분해 공정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납사는 화학제품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1200도 이상 초고온으로 납사를 열분해하면 에틸렌·프로필렌·열분해 가솔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임오훈 대산공장장은 "직원들이 시간을 정해 공장을 돌며 살피던 중 폭발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28일 동안 정비 보수를 해서 안전 설비를 갖춘 상태였는데, 순간적으로 (원료 일부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압축 공정 배관에서 폭발이 난 것 같다는 공장 측 설명을 토대로 잔불 정리와 함께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서산경찰서 강력팀원과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 등 15명가량으로 폭발사고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NCC에서 이뤄진 공정에 대한 자료 수집과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에도 나섰다.
평소와 다른 압축이 가해졌는지와 원료에 불순물이 포함됐는지 등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경찰은 화기가 식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도 벌일 예정이다.
이번 폭발 충격 여파로 공장 주변 상가·민가 수십 곳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큰 진동으로 창문이 깨지거나 건물 내 시설물과 외벽이 떨어져 내렸다.
손정호 충남도 소방본부장은 "폭발 영향으로 공장 내 공기압축설비 지붕 파편이 200∼300m를 날아가 민가에 떨어졌다"며 "공장 인근 방재센터까지 파손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진동은 대산공단에서 수십㎞ 떨어진 당진과 태안에서도 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롯데케미칼 측은 대산공장 내 13개 시설 중 7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재가동 일정은 NCC 정비 상황에 맞춰 조정할 계획이다.
사고 직후 안전 문자를 발송하고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한 서산시는 대산읍 행정복지센터 3층에 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
맹정호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시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롯데케미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민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 달라"며 "피해를 본 주민에게 적절하게 보상해야 하며, 전체 시민에게 공개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주변 마을 오염도 측정 결과 유해물질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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