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업에 있어 ‘자격제’는 소수에게만 기회를 줌으로써 일자리를 가로막고 음성화를 초래하는 시대착오적 규제 모델이다. 이에 반해 ‘신고제’는 모든 탐정을 제도권으로 진입 시켜 경쟁력과 책임성·건전성을 더 높이는 실리 추구형 탐정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탐정(업)과 그 관리 시스템’을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이끈 동력이 바로 ‘신고제 탐정, 즉 탐정업 신고제 법률’이었음을 더 이상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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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탐정업은 ‘개별법과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동법 제15조에서 정한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일반인은 2020년 8월 5일부터 ‘탐정 호칭 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 직업화의 물꼬가 트였다.
즉, 우리나라의 탐정(업)은 ‘탐정업을 허용한다’는 개별법 제정으로 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금지가 해제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러한 ‘금지의 해제’를 ‘비범죄화(非犯罪化)’라고 하며, ‘합법화(合法化)’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로 탐정(업)을 ‘금지한다는 법문’이나 ‘불가능하다는 법리’ 만큼은 우리 법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나, 탐정(업)을 ‘허용한다’는 법문 역시 아직 어디에도 없다. ‘합법화로 직업화는 가능해졌으나 법제화를 이루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이렇듯 현재의 한국형 탐정업은 누구든 자유업으로 영위하는 데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하겠으나, 탐정의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탐정을 규율할 근거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법제화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탐정업을 자격제 또는 신고제 등 어떤 모델로 관리함이 옳을지는 탐정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되기에 탐정업계는 물론 정·관·학계를 중심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탐정업 법제화 방식에는 크게 자격제와 등록제·신고제 등으로 나뉜다. ‘자격제(資格制)’란 일반적으로 ‘자격 시험을 통한 면허제’를 의미하며, ‘등록제(登錄制)’란 법령상 요건 또는 법령의 위임을 받아 소관청에서 제시한 조건에 충족되는 사람이면 그에 맞추어 등록하고 탐정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신고제(申告制)’란 소관청에 소정의 신고를 필하면 탐정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신고제라 하여 아무나 진입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으로 신고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결격사유 등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등록제와 별반 다름없다. 일본의 경우 신고제를 취하되 중범죄자 또는 폭력범죄나 파렴치범 등은 신고 대상에서 배제(신고 접수를 거절)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신고제를 행정법에서는 ‘수리(受理)를 요하는 신고제’라고 한다. 내던지기 식 일방적 신고만으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수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신고제’와 비교된다.
그렇다면 한국형 탐정업에 대한 관리 방식으로는 어떤 모델이 바람직할까? 이와 관련 이재명정부의 입장은 현재 나온게 없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관점에서 ‘신고제’를 한국형 탐정업의 법제화 모델로 적극 추장(推獎)코자 한다.
첫째, 탐정(업)은 본질적으로 폐쇄성과 예측불가성을 지니고 있어 ‘자격이라는 허가장’을 부여할 대상이 아니라 ‘신고’를 통해 관리·감독받도록 해야 할 존재다.
탐정 활동은 본질적으로 ‘은밀성과 위태성 그리고 불투명과 불규칙성’이라는 특질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신출귀몰하는 행동 양식을 가졌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행동 패턴을 지닌 탐정(업)을 대상으로 국가가 자격을 면허하는 ‘탐정 자격제’는 탐정업의 속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위험천만한 탁상공론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본다(*자격제를 취하고 있는 미국·호주 등과 우리나라는 생활 환경이나 사회 구조, 국민 정서가 다름에 유의). 즉, 탐정(업)은 어떠한 경우라도 자격을 부여(면허)할 대상으로 삼을게 아니라 모두 그리고 언제까지나 ‘감독과 보호가 병행되어야 할 존재’라는 관점에서 ‘구별이나 선별, 차등이나 차별, 누락이나 이탈’ 없이 모두 제도권 안에서 탐정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신고제 법제화’가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탐정업이 성행하기 시작한 1880년대부터 2006년까지 126여년 간 탐정업을 자유업 상태로 용인하면서 ‘자격제’와 ‘신고제’ 가운데 어떤 형태로 관리함이 좋을지 탐정업의 메커니즘을 살핀 결과 ‘탐정과 탐정업은 국가가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도·감독해야 할 방만하고 위험한 존재’라고 결론 짓고, 모든 탐정을 포용하는 신고제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2007.2.22, 전문 21조). 법명에서 보듯 탐정은 ‘적정화의 대상’이지 특별히 면허할 그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에 따른 일본의 탐정과 탐정업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탐정시스템으로 평가 받고 있다.
둘째, ‘자격제 공인탐정법’ 만들면 음성적·무자격 탐정은 손들고 탐정계를 홀연히 떠나리라 여긴다면 그는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천치 아니면 천사일 것이다.
‘자격제 탐정법’이 백 개가 만들어진들 ‘음성적 탐정’이 겁먹고(손들고) 사라지겠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역사적으로 심부름센터 등 다양한 민간조사원들의 ‘기괴한 탐정 활동과 그 폐해’를 봐왔지 않은가? 단속법이 없어 활개친 것이 아니다. 당시의 신용정보법에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의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잦아들기는커녕 그 행태가 날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그 흐름 일부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에 많은 국민들은 탐정업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거기에 오늘날의 생활상(生活相)은 과거보다 지하화(地下化)된 탐정들의 활동이 더더욱 확산될 소지가 높다는 게 업계와 관련 학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탐정업 희망자들을 제도권으로 품어 안는 열린 탐정제도(신고제)를 통해 ‘음성적 탐정과 그에 따른 폐해’를 일소해야 할 때라고 본다. 탐정을 관리할 법률을 제정하자는 가장 큰 이유는 ‘법테두리 밖의 탐정을 근절하고, 제도권 탐정의 일탈을 막는데 있다’ 할 것인 바, 외국의 사례나 우리의 과거와 오늘을 진단해 볼 때 ‘자격제 탐정법’은 일자리를 막고 음성화를 부르는 치명적 약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낡은 규제 모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 호주 등은 자격제 탐정 관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들인데 이들 나라마저 ‘무면허 탐정들의 음성적 탐정 활동 만연’과 ‘탐정 활동의 일반화·대중화 현상(면허된 탐정보다 일반시민들의 탐정 역량이 더 뛰어난 현상)’으로 자격제 본래의 취지나 특별함(존재감)이 날로 퇴색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자격제 관리방식에 대한 한계론 대두).
셋째, 탐정업을 신고제로 하면 3만 명의 일자리와 4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언필칭 자격제 운운하는 것은 ‘놀부 심보’와 다름없다.
경찰청 및 한국고용정보원 등 국책연구기관과 학계 등에서는 탐정 제도가 도입되면 수 만명의 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험을 통해 탐정 자격을 부여하는 면허제로는 일자리 창출은 물 건너가고, 기존 탐정인들의 일자리와 일거리를 뺏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 사정을 들여다보면, 탐정업의 비범죄화(합법화)로 2020년부터 탐정업을 전업 또는 겸업이나 부업으로 삼고 있는 종사원의 수가 현재 1만 2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추산). 이들 대부분은 탐정의 직업화가 가능해진지 6년이 지나는 동안 지금의 자유업 상태가 상당 기간 더 이어지거나 법제화가 되더라도 일본처럼 신고제 또는 등록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수천에서 수억대의 돈을 탐정업 기초 다지기에 투자해 왔다.
만약 이 시점에서 ‘자격제 탐정법’이 제정된다고 가정해 보자. 한 해에 500여 명의 탐정이 선발될 경우 현재 탐정업 종사자 가운데 최소한 1만 500명은 첫 해부터 생업을 잃게 됨은 물론 그간의 투자 비용을 날리게 된다.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겠는가? 이들이야말로 또다시 ‘음성적 탐정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불 보듯 뻔하다. ‘자격제 법제화’는 ‘한쪽으로는 일자리를 뺏고, 다른 한쪽으로는 음성적 탐정을 키우는 중대한 실수가 될 것’임을 무겁게 지적해 둔다. 반면에 탐정업이 ‘신고제 또는 등록제’ 즉, 보편적 직업으로 안착할 경우 3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연 4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와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넷째, 탐정을 자격제로 하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석·박사가 탐정자격 따러 다니면 소는 누가 키우나? 모두에게 기회 주는 ‘신고제’로 다양한 전문가 품어야.
만약 우리나라에서 탐정을 시험성적 순으로 선발하는 자격제를 시행하면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 아마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 변호사업의 시너지 차원에서 면허제 탐정자격을 취득해두려 적잖이 응시할 것으로 보이며, 법무사·행정사·공인중개사·변호사사무장 등을 중심으로 탐정자격 취득 붐이 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현직 공무원들과 법학도를 비롯한 공무원시험 탈락자들이 대거 가세하여 매년 ‘면허제 탐정 선발 정원’을 이들이 거의 차지하게 될 것이라 본다(가수요에 기인한 속칭 ‘장롱면허’ 양산).
이러한 자격제의 왜곡 현상(비전업자의 자격 취득 및 취득 자격증의 휴면)은 전문성이 높은 탐정 발굴과 탐정의 자질 향상이라는 탐정제도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탐정(업)은 책에서 손을 내려 놓은 지 오래이더라도 최소한 셜록홈즈의 관찰력과 추리력을 탐구하는 기질을 지닌 그런 사람이 전업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뢰자의 의문과 궁금에 응답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이 보장된다.
그러함에도 책상에서 공부만 해온 소위 ‘학구파들’이 탐정 자격을 싹쓸이 하게 될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탐정 자격 실수요자인 ‘셜록홈즈파’의 탈락과 진입 좌절은 또 다시 음성적 탐정 활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한국형 탐정업은 시험을 통한 자격제보다 참여의 기회를 고루 누릴 수 있는 신고제가 백번 합당해 보인다.
다섯째, 탐정업 관리 방식 가운데 ‘단점은 적고, 장점은 많은 방식’이 바로 ‘신고제 공인탐정’이다. 자격제는 ‘진입 장벽을 세운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랄게 없다.
‘신고제나 등록제 탐정법’에 의거한 탐정은 ‘공인탐정’이 아니라거나 자격 시험을 거쳐 탐정 면허를 취득한 자격제 탐정만이 공인탐정으로 불릴 수 있다는 일부의 시각은 바르지 않다. ‘자격제 탐정’이건, ‘신고제나 등록제 탐정’이건 법률에 따라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으면 그것은 모두 ‘(광의의) 공인탐정인 것이다. 즉, 신고제에서는 ’신고제 공인탐정‘, 등록제에서는 ’등록제 공인탐정‘으로 불린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신고제 공인탐정‘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와 법제 환경이 유사한 일본이다.
반드시 ‘공인탐정법’ 또는 ‘공인탐정업법’으로 특정된 법명에 의해 탐정자격증을 취득한 탐정이라야만 공인탐정이라는 개념은 ‘최협의의 공인탐정’이라 할 것인 바, 실제 그런 형태(Certified Private Detective Act)로 태어난 탐정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법률이나 조례가 정한 일정한 절차에 따라 탐정의 지위를 합법적으로 얻은 탐정이라면 어떤 법명으로 태어났건 ‘(광의의) 공인탐정’으로 불린다는 얘기다. 미국·호주·일본 등 OECD 가입국의 탐정을 우리가 공인탐정이라고 말할 때 그 탐정들이 바로 이 ‘광의의 공인탐정’이라 하겠다. 한마디로 지구상에 수많은 공인탐정이 존재하지만 ‘공인탐정법’ 또는 ‘공인탐정업법’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공인탐정은 현존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어느 시점에서인가 위에서 말한 ‘최협의의 공인탐정’이라는 이름을 꼭 부여하고 싶거나, 그런 이름표를 기어이 달고 싶다면 또는 그런 탐정제라야만 온전한 공인탐정제라고 믿고 있다면 굳이 공인탐정법이라는 법명이 아닌 다른 법명으로도 얼마든지 그것을 추구하고 실현할 수 있음을 말해두고 싶다. 예를 들어 가칭 ‘탐정업 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이 법에 의한 탐정을 공인탐정’이라고 특정하거나, ‘이 법에 따라 탐정자격 시험에 합격한 자를 공인탐정이라고 칭한다’고 자격제를 명시하면 될 일이다(제22대 국회 윤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안번호 15039,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 참조). 굳이 공인탐정법 또는 공인탐정업법이라는 한 두 법명에 연연하거나 집착할 일이 아니라 본다.
❋본 특별기고는 50회 연재 계획으로 매주 게재되고 있는 탐정학술칼럼 제41회에 갈음합니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공익정보탐정단고문,한북신문논설위원,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경찰학개론강의10년,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편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정보론,경찰학개론,경호학外/치안·국민안전·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明暗, 탐정학술칼럼 등 70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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