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대위 뭔가 불안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12-07 1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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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원톱’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모두 참여하는 ‘원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으나 뭔가 불안하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7일 선대위 공식 명칭을 공개했다. 국민공모 절차를 통해 채택된 선대위 명칭은 ‘희망을, 정의를, 국민을, 나라를 살리는 선대위(살리는 선대위)’다.


    이날 오전 열린 1차 선대위 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중앙선대위 제막식에 참여하는 것으로 ‘원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살리는 선대위’가 될지는 의문이다.


    우려하던 매머드급 규모는 김종인계 합류로 되레 확대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임시방편으로 ‘봉합’한 선대위라는 느낌이 드는 탓이다.


    일단 우여곡절 끝에 외형상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각 체제의 ‘원팀’ 선대위가 구성된 것은 맞다.


    하지만 ‘슬림한 선대위’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매머드급 기존 선대위에 구조조정 없이 되레 김종인계와 이준석계가 추가된 모양새여서 규모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형식상 김종인 위원장이 ‘원톱’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전권’을 거머쥔 것은 아니다. 사실상 김병준 상임공동 위원장과 ‘투톱’ 체제가 되는 셈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공개한 선대위 조직도를 보면 애초 윤 후보가 구상한 6본부장 체제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기존 뼈대에서 김종인 위원장 추천 인사인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과 윤희석 공보특보가 합류했고, 홍준표 경선캠프 인사인 강석호 전 의원과 여명 대변인이 각각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청년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임명되는 등 조직이 조금 더 커졌을 뿐이다.


    선대위 내부갈등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실제로 '투톱'으로 꼽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김종인‧김병준'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선대위 출범식에서부터 두 인사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 개입설에 무게를 둔 반면,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을 강조했다.


    이 같은 '투톱' 위원장들의 신경전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단합'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며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향후 윤 후보의 정책 공약을 내는 과정에서 투톱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기본소득의 주창자인 반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 자유주의자"라며 "두 사람이 가진 경제관점의 대립은 시간문제"라고 꼬집은 덕은 이런 연유다.


    특히 나중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과의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도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박빙의 승부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범(凡)야권에 속하는 안 후보가 당락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물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일단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고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안 후보와 악연이 있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내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안 후보가 ‘굴욕적’ 단일화를 하느니 죽더라도 완주하겠다며 고집을 부릴 경우, 윤 후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선대위를 향해 연일 혹평을 쏟아내는 이유다.


    우상호 의원은 "사실 김종인 위원장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진 건 없다. (이 대표가 요구했던)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이 지금 제거된 것도 아니다"라며 "반드시 2차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상대 정당의 의도적 평가절하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내부에서 곪아 터지기 전에 윤석열 후보가 용광로 리더십을 발휘해 모든 갈등을 녹여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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