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중산층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 지급 체계 전면적인 개편 서둘러야

    칼럼 / 시민일보 / 2026-02-22 10: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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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정부가 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소득 하위 70%가 받는 기초연금 수급 기준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은 고령자까지 매달 34만 9,360원씩 동일 수준으로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아서이다. 사실상 여유 있는 ‘중산층 노인’까지 확대 지급되면서 제도 취지가 퇴색되고,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과 관련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월 이백몇십만 원 소득이 있는 사람도 1인당 34만 원을 받는 게 이상한 것 같다.”라며 “연간 몇조 원씩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게 맞느냐”라고 묻고, “(소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똑같이 올려줄 것이 아니라 하후상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한데”라고 말하며 수급자의 경제력에 따라 차등을 두는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자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인 선정기준액과 소득 인정액 산정 방식에 대해 전면적인 개편을 검토한다. 지난 2월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문제점 분석을 토대로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제도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라며, “수급자 산정 방식 등 지급 체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년 저소득 노인의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도입된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그동안 노년층의 소득 수준은 개선됐지만, 지급 기준은 12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연구원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단독가구 기준 월 최대 34만 원대 수준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년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선정기준액을 발표하는데 2026년 단독가구 기준은 월 247만 원으로 2025년 월 228만 원에서 매월 19만 원 올랐고 2026년 부부가구 기준 월 395만 2,000원으로 2025년 월 364만 8,000원에 매월 30만 4,000원이 오른 수치다.

    올해 기준액은 월 247만 원으로 단독가구 기준 중위소득(전체 가구 소득 중간값)의 96.3%까지 올라섰다. 중위소득 100%에 근접해 사실상 중산층 노인 대부분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수급자의 소득은 실제 버는 돈에서 주거 유지 비용 등 각종 공제 혜택을 제외한 ‘소득 인정액’으로 계산된다. 실제로 주택 등 별도의 자산이 없는 홀몸노인은 월 최대 약 468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부 가구는 월 최대 796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 대상자가 된다. 이에 따라 2022년 600만 명을 돌파한 기초연금 수령자는 올해 779만 명에 이어 내년엔 8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연금 예산 또한 2014년 6조 9,000억 원에서 올해 27조 4,0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4년 20만 원이던 기초연금 지급액이 내년부터 40만 원으로 늘어나고, 고령인구 증가 속도도 가팔라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먼저 검토하려는 부분은 ‘소득 인정액’ 환산 방식이다. 소득 인정액은 각종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 금융 등 재산 가치를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의 합계로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공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소득에 비해 인정액이 현저히 낮게 평가되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올해 1인 가구 고령자 가운데 소득 인정액이 하위 70%의 기준선인 ‘월 247만 원 이하’는 충족하더라도, 실제 소득은 그보다 한참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소득 인정액 기준이 397만 6,000원인 노인 부부의 경우 실제로는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데도 기초연금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기초연금 수급자 수와 필요한 예산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은 779만 명으로 작년 702만 명보다 77만 명 늘었는데, 추가 수급자는 앞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드는 국비, 지방비 예산이 올해 27조 원을 넘어섰다. 소득 하위 70%에 무조건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니 국민소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지급 기준도 매년 자동으로 상승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65세 이상 노인분에게 있어 기초연금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런 소중한 기초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손볼 것은 제때 손보는 것이 당연하고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처럼 소득 인정액은 착시 현상을 일으켜 기초연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젊은 층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1만 3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216만 원 정도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젊은 청년들이 수두룩한데 최저임금의 2배, 3배를 버는 65세 이상에게 전액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주는 것이 과연 맞는 정책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 첫걸음은 소득 인정액이 아닌 실제 기초연금을 받는 상위 계층의 수입과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위 70%’인 지급 기준을 단계적으로 ‘기준 중위소득 50%’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될 경우 2050년 재정 지출이 35조 원에서 18조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에 맞춰 고정 지출인 기초연금을 효율화해야 한다.”라며, “선별 지급으로 빈곤 노인을 더 지원하는 방향으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한국의 고질병(痼疾病)처럼 여겨졌던 ‘노인 빈곤율’이 3년 만에 하락세(下落勢)로 돌아섰다.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국가라는 오명(汚名) 속에 개선되는 듯하다가 다시 뒷걸음치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2024년 들어서는 눈에 띄는 완화가 극명(克明)하게 확인됐다. 기초연금과 공적 이전소득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통계에 반영된 결과로 정책이 노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수치로 보여준 상징적인 지표가 나타난 셈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9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35.9%를 기록했다. 2023년 38.2%보다 2.3%포인트 낮아졌고,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년 연속 악화했던 흐름이 마침내 반전됐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10명 중 4명의 노인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에게 갈 연금의 일부라도 빈곤층 노인 쪽으로 돌려 한층 더 두텁고 후한 지원을 하게 된다면 ‘노인 빈곤율’은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이 자명(自明)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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