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벨트 ‘셔세권’ 뒷북 규제, 영끌 나서는 무주택자들 전·월세 대책 시급

    칼럼 / 시민일보 / 2026-07-05 10: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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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대출 방안’, ‘9·7 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이어 올해 ‘1·29 공급 대책’까지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등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 실거주 강화 등의 강력한 ‘규제 폭탄’ 집중 투하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은 물론 한강 벨트와 인근 지역,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까지 아파트값이 2021~2022년 기록한 최고점을 넘어 과거 최고치인 전고점보다 더 올랐다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7월 2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6년 6월 5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른 올해 6월 다섯째 주(6월 29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0.09% 상승, 전세 가격지수는 0.11%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은 0.20% 상승했는데 서울은 0.27%, 인천은 0.04%, 경기는 0.19%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 화성 동탄구는 청계·영천동 대단지 위주로 1.46% 상승했고, 성남 수정구는 창곡·단대동 위주로 0.43% 상승했으며, 수원 영통구는 영통·망포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성남 분당구는 야탑·구미동 위주로 각각 0.41% 상승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전고점을 돌파한 자치구는 강서·서대문·동대문·종로·중·구로·성북구 등 7곳이다. 일찍이 전고점을 넘은 강남권과 한강 벨트 11곳을 포함하면 25개 자치구 중 18곳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에서는 성남 분당구와 수정구, 과천, 하남, 용인 수지구, 안양 동안구가 전고점을 넘어섰다.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평균적인 매매가격의 변화를 측정한 지표로 시장 흐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급증하는 주택 수요를 이른 시일 안에 공급으로 뒷받침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월세 물량마저 급감해 시장 불안이 더욱 심화하는 형국으로 치닫는 양상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머니 무브(Money Move │ 자금 이동)’를 강조해 왔는데도,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면서 결국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 상당수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역(逆) 주행한 셈이어서 충격이 크다. 지난 6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집계를 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 대금 3조 7,254억 9,400만 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투입됐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 6월 30일 반도체 경기 초호황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개통 호재 등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경기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등 세 곳을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들 세 곳 부동산 규제지역에선 이날부터 유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무주택자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강화되고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살 때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갭(Gap │ 전세를 낀 주택 구입) 투자’가 차단된다. 이번 조치로 ‘삼중 규제’를 받는 지역은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지정된 서울 25개 구와 경기 12곳을 비롯해 40곳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는 동탄과 기흥의 집값 상승 요인으로 ‘반도체업계 특수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을 거론했다. 두 지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셔세권(셔틀버스 + 역세권)’이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지난해 9월 확정됐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올 초 불거져 5월 극적 타결됐다. 규제지역을 심의·의결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수시로 열 수 있는데 ‘뒷북’ 규제라는 비판으로부터 결단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특히 구리시의 집값 상승 이유는 ‘서울과 인접한 역세권 수요’로 규정됐다. 구리시는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가 규제지역으로 묶일 당시 규제를 피해 한 곳을 누르면 매수세가 인접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Balloon Effect)’ 수혜지로 꼽혔던 곳이다. 올해 5월 누적 기준 집값이 6.05% 상승해 서울 3.45%보다 가파르다. 규제와 풍선효과의 상호작용으로 수도권 곳곳으로 집값 상승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수도권 주택 준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 줄었다.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49.8%로 감소 폭이 더 크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주택 건설 현장의 걸림돌을 풀어주는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지난 5월 29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고, 지난 7월 3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9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매입임대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정공법은 없고 변죽만 울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2025년 주택 착공 실적은 최근 10년 평균(약 53만 호)의 약 53% 수준에 머물고 있어 향후 주택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현재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규제 지역 적용을 받지만 부동산 공급을 위한 생산적 대출이기도 하다. 이달 발표될 종합대책은 이주비 대출 완화 등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급 대책이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매시장은 물론 전·월세 시장까지 더욱 불안해진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집값까지 밀어 올리는 역(逆)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세난이 벌어졌던 2021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비상한 상황인식을 갖고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6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6월 다섯째 주 전세수급지수는 126.7로 1주 전 125.9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2021년 1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100을 넘으면 집을 내놓는 사람보다 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며 100 아래면 그 반대다. 2021년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의 영향으로 신규 전세 매물이 잠기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시기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5.11%로, 지난해 같은 기간 0.95%의 5.38배를 웃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연간 상승률이 2021년 6.48%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월세 시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더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또는 준전세로 내몰리면서 월세 수급 역시 악화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지수는 114.8로 전월 109.7보다 무려 5.1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2021년 6월 116.3 이후 최고치다. 올해 월세 가격 누적 상승률은 3.37%로 지난해 같은 기간 0.78%의 약 4.3배를 나타냈다.

    전월세난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지난 5월 9일로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처도 꼽힌다. 토지거래허가제도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매도한 주택에 실입주할 무주택자만 주택 매수가 가능하다 보니, 마찬가지 효과로 전월세 수급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 2022~2023년 착공 물량 감소 역시 시차를 두고 신규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비율이 높아진 것도 전·월세난에 부채질을 더하고 있다. 이렇듯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영끌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이유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5.11%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2%를 넘어섰다. 2021년 때처럼 매매·전세 가격 동반 상승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세난은 2022~24년 아파트 착공 물량 감소가 시차를 두고 신규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진 데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빨라지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지난 5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리는 대책을 내놓긴 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에 2년간 4만 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 가구의 비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비아파트 역시 건설에 1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이 계획에 따른 입주 물량은 내년 중반 이후에 이르러나 시장에 풀릴 것으로 내다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금융 지원 등을 통해 비아파트 공급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임차료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세의 ‘주거 사다리’ 기능이 약화하는 현실을 고려해 토지임대부 주택, 지분적립형 주택 등 대안적 주거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집값 안정의 해법은 결국 공급뿐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6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닥치고 지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렇듯 정부가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배경에는 수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이 있다. 2022~2024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 여파로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은 연평균 15만 8,000가구에 그쳤다. 적정 공급 규모로 평가되는 연간 25만 가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규제가 아니라 양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좋은 입지에 늘리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만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부터 ‘닥치고’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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