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교육의 본질'
| ▲ 아이들의 수업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박종훈 교육감 |
박종훈 교육감은 2014·2018·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남도교육감에 당선되며 내리 3선을 했다.
박 교육감은 “지난 12년은 경남교육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시간이었다. 처음 교육감의 자리에 섰을 때 마음속에 품었던 뜻은, 경남교육을 더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며 “그 출발은 일하는 방식과 교육 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박 교육감은 본인의 퇴임 이후에도 ‘행복학교’ 정책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행복학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을 정책으로 실천한 결과”라며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교육청이 일하는 방식, 교실 안의 수업 문화까지 함께 바꾸려는 경남교육 혁신의 출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교육감은 재임 기간 미래교육지구와 마을배움터를 더 넓게 확산시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시민일보>는 박 교육감으로부터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인터뷰 전문이다.
■ 그동안 많은 교육정책을 펼쳐왔는데, 임기를 마치며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미래교육지구와 마을배움터를 더 넓게 확산시키지 못한 일이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마을의 사람, 자연, 역사, 일터, 문화 속에서 삶을 배우고 관계를 익히며 시민으로 성장한다.
그동안 경남교육은 미래교육지구와 마을배움터를 통해 미래교육의 기반을 닦아왔다. 현장에서는 이미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든 의미 있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그 흐름을 확산시키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래교육지구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학교 안 배움을 마을과 지역으로 넓히는 시도였다. 아이들이 참여와 협력을 통해 공동체 감수성과 시민성을 배우는 구조였다. 지역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새로운 교육 플랫폼이었다.
지금 경남에는 이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를 학교 현장이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의 활력도 약해지고, 아이들이 돌아올 기반도 함께 무너진다.
세계의 흐름도 같은 방향이다. 핀란드, 일본, 미국 등은 이미 학교와 지역사회의 경계를 낮추고 있다. OECD 역시 지역 연계와 공동체 참여를 미래교육의 중요한 방향으로 강조하고 있다. 방향은 하나,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배우고 참여하며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미래교육지구는 특정 이념에 좌우될 정책이 아니라, 오직 아이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남의 모든 아이가 마을 안에서 배우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시민으로 자라야 한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일, 그것이 경남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약속이다.
■ 본인이 떠난 뒤에도 반드시 유지되길 바라는 정책은 무엇인가.
제가 떠난 뒤에도 반드시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행복학교는 그 믿음을 정책으로 실천한 결과였다. 몇몇 학교를 새롭게 운영하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다.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교육청이 일하는 방식, 교실 안의 수업 문화까지 함께 바꾸려는 경남교육 혁신의 출발점이었다.
그 핵심은 학교 안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었다. 관행에 머물던 행정을 아이들의 배움과 학교 현장 중심으로 돌려놓고, 교사가 수업의 주체로 서며, 학생이 배움의 주인으로 참여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교육의 동반자가 되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었다.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존중받고,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는 학교문화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졌으면 한다. 그것이 경남교육 혁신의 정신이자, 제가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 재임 기간 동안 가장 큰 갈등이나 논란이 있었던 사안은 무엇이며, 지금 다시 판단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는가.
재임 기간 가장 큰 갈등을 꼽는다면, 무상급식과 교육복지 확대, 그리고 미래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교육의 공공성을 넓히는 정책은 늘 재정 문제와 이념 논쟁을 함께 불러왔다. 그러나 저는 교육복지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존엄과 출발선의 문제로 보았다. 아이가 어느 집에서 태어났는지,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믿음은 12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미래교육지구 역시 다르지 않다.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서 출발해야 할 정책이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시대,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구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다시 판단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하겠다. 갈등의 시간은 분명 힘들었다. 그러나 교육감의 역할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방향을 책임 있게 선택하고 그 무게를 끝까지 감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학생 입장에서 경남교육이 실제로 행복해졌다고 보는지. 근거는 무엇인가.
학생들의 행복을 단 하나의 숫자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12년, 경남교육이 아이들의 행복을 향해 한 방향으로 걸어왔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경남교육은 학생을 성적표 안에 가두지 않고 삶의 주체로 세우는 일을 일관된 과제로 삼아왔다. 행복학교와 배움중심수업, 학교 민주주의, 무상급식과 교육복지, 미래교육원·진로교육원·아이톡톡은 모두 그 하나의 방향 위에 놓인 실천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존중받고, 배움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으며, 실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경남교육이 놓지 않으려 했던 본질이었다.
그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 확인됐다. 교사들이 수업의 주체로 다시 서기 시작했고,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경쟁의 공간이었던 학교가 관계와 성장의 공간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물론 학업 부담과 경쟁 압력, 지역 격차, 가정 배경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균형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다. 그럼에도 경남교육은 행복을 교육의 주변 가치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로 세우고자 했으며, 그 방향만큼은 12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배움 속에서 존중받고,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학교. 그것이 경남교육이 걸어온 길이며,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길이다.
■ 교육감이 아닌 개인 박종훈으로 돌아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12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도민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교육감으로 일하는 동안 늘 마음속에 새겨 온 한 가지 믿음이 있다. 모든 교육의 변화는 함께 참여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한 사람이 이끄는 일이 아니라, 교육공동체가 서로 손을 잇고 뜻을 모을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지난 12년, 경남교육이 이뤄온 변화 역시 교육공동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낸 결실이었다.
직을 내려놓고 나면, 저는 그 '함께'의 자리로 직접 들어가고 싶다. 행정가가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
미래교육은 학교와 교육청만의 몫이 아니다. 아이들이 지역의 삶 속에서 배우고 참여하며 성장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앞으로 저는 그 참여의 한 자리를 채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지역과 교육을 잇는 작은 연결 고리가 되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일이다.
지난 12년 동안 경남교육을 함께 만들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함께 말하고, 함께 묻고, 함께 만들어 가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 12년의 소회, 그리고 차기 교육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지난 12년은 경남교육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시간이었다. 처음 교육감의 자리에 섰을 때 마음속에 품었던 뜻은, 경남교육을 더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는 교육, 경남에서 자란 것이 자부심이 되는 교육을 만들고 싶었다.
그 출발은 일하는 방식과 교육 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관행에 머물던 행정을 아이들의 배움과 학교 현장 중심으로 돌려놓고자 했다. 수업을 바꾸고, 학교문화를 바꾸고, 정책의 방향을 아이들의 삶과 미래로 돌리는 것, 그것이 경남교육 혁신의 시작이었다.
지혜의 바다, 수학문화관, 미래교육원, 진로교육원도 같은 흐름 위에 있었다. 책을 통해 생각의 힘을 기르고, 수학을 놀이와 탐구로 만나며, 미래교육을 체험하고, 아이들이 자기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고자 했다.
교육은 교실을 넘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경남 곳곳에 아이들의 배움이 확장되는 새로운 교육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12년을 지나오며 모든 일을 서로 머리를 맞대어 계획하고, 책임 있게 해 온 '함께'의 가치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무상급식도, 수업혁신도, 코로나 시기에 배움을 지켜낸 일도 모두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차기 교육감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교육격차 해소다. 교육격차는 단순히 학교 안의 성적 차이나 배움의 차이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이의 가정환경, 거주 지역, 사회적 지원에 따라 삶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문제다. 교육격차 해소는 아이들의 출발선을 바로 세우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사회의 교육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힘써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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