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의견 분분...헌재 인용도 미지수라 실제 탄핵까지는 난관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기국회 내 반드시 이 장관을 문책한다는 방침인 만큼 탄핵소추안으로 직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4일 다음주 의원총회를 열고 해임건의안 처리 재시도와 탄핵소추안 직행, 두 가지 카드를 놓고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해임건의안을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유보적 태도로 어그러졌다.
김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정치현안에 따른 여야 대치와 예산안 합의 불발로 이날 본회의 처리가 불가능해졌다며 이틀 연속 예정됐던 본회의가 취소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정치현안으로 인한 여야의 대립은 조정·중재하겠다며, 오는 8일과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은 밤을 새워서라도 타결하고 주말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의결하면 된다며 이미 물러났어야 할 장관 한 명 지켜보자고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마저 어기는 게 상식에 부합하나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끝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김 의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 장관 문책이 정기국회 내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8∼9일 본회의가 잡혔으니 향후에 어떻게 할지는 다음 주 초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이 입장문에서 밝힌 것처럼 정기국회 전까지 본회의 개의 기회가 두 번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곧바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에는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뒤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되면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안과,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안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회의 시간표상 두 가지 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선택지가 사라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후자로 가능성이 모인다.
다만 당내에서도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헌법재판소 인용도 미지수라 실제 탄핵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변수가 많아서 탄핵은 어렵다고 본다면서 의장이 해임건의도 허락을 안 했는데 탄핵을 해주겠나.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고 주장했다.
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도 해임건의안까지는 괜찮다고 보지만 탄핵안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 장관의 위법성이 명백히 드러나야 하지만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사유 중 뚜렷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에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데 따른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맹공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과 연계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켰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의 몽니가 점입가경"이라며 "핵심 정책과제 예산은 모두 삭감하겠다고 하고는 실패한 문재인 정부 사업 예산은 증액하겠다는 억지를 부린다"고 주장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어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만이라도 처리하겠다고 생떼를 부렸다"며 "도대체 양심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예산안조차도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라도 보고하는 데 필요한 본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장 원내대변인은 "지금처럼 예산심사 태만, 입법폭주, 해임건의안 강행을 계속한다면 민주당은 의회민주주의를 망가뜨린 최악의 정당으로 역사에 박제될 것"이라며 "국가 경제와 민생을 위해 예산안 처리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이 이상민 방탄 전략을 펼쳐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어겼다고 맞받았다. 민주당 안귀령 부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예산안 처리 지연을 두고 "국민의힘이 내년도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연계하며 시간 끌기를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국정조사 진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선(先) 예산안 처리' 기조를 고수한 국민의힘에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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