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은 ‘내부 분열’이 원인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2-12 11: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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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대한민국 헌정사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두 번 모두 내부 분열이 있었기에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먼저 노무현 탄핵사태부터 살펴보자.


    노무현 탄핵을 가장 먼저 들고나온 것은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아니다.


    지금의 민주당계인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2004년 1월 5일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고, 같은 해 3월 5일 대통령이 선거 중립 의무 위반과 측근 비리 등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특별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하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그해 3월 9일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3월 12일 11시 55분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 투표에 참석한 195명의 야당 의원들 가운데 193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기습적으로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가 접수됐다.


    사실상 민주당계 대통령이 민주당계에 의해 탄핵소추를 당한 셈이다.


    박근혜 탄핵사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터무니없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 보도 이후, 바로 당일을 기점으로 하야와 탄핵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며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오는 하야를 위주로 언급했다. 역풍이 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 내에서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이 처음으로 탄핵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11월 20일 야권 대선주자 6명과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천정배 의원을 포함한 8명이 모인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국민적 퇴진 운동과 병행해 탄핵 추진을 논의해줄 것을 국회와 야 3당에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탄핵 추진을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단독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김무성을 중심으로 하는 탄핵파 의원들이 민주당계와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에 가담했다.


    당시 유승민계 하태경은 “당내에서 40~50명은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며,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밝혔고, 김무성은 11월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내에서 탄핵 추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탄핵은 민주당계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당내 김무성과 유승민 등 ‘배신자’들에 의해 이뤄진 셈이다.


    만일 대통령 탄핵사태가 또 벌어진다면 역시 ‘내부 분열’이 탄핵소추안 가결의 동력이 될 것이다.


    이건 헌정사에서 이미 입증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후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집권당 대표는 대통령과 경쟁하는 자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자가 돼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후보가 11일 경기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초청 경기도 특별강연회'에서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음 대선에 나올 분이 대표가 되면 당에 분란이 생기게 된다"라며 탄핵을 언급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김 후보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권 경쟁자이자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그런데 김기현 후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김 후보는 울산시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앞당겨야 한다'거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때 '탄핵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던 당사자 아닌가. 이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의 ‘탄핵’ 발언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안철수 후보는 당시 누구보다도 박근혜 탄핵에 적극적이었다. 김기현 후보가 소극적 탄핵파라면 안철수는 적극적 탄핵파인 셈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당시 그는 야당 인사였고, 또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기대조차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정통’ 운운하는 김기현 후보가 박근혜 탄핵 때 보인 태도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우려하는 사람이 왜 박근혜 탄핵사태 때는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당원들에게 명확하게 해명하거나 해명 자체가 구차하다면 깨끗하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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