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던지고 간 '혁신안 폭탄'으로 침몰 위기에 몰린 양상이다.
실제 혁신안에 부정적인 다수 의원이 친문계를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계파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 사퇴론까지 재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5일 “이재명 지도부가 힘을 실어준 '김은경 혁신안'이 도리어 당내 수적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친문계와, 이 대표에 대해 날을 세워온 소수 비주류 간에 연합전선을 형성할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라며 “심지어 친명계 내부에서도 김은경 혁신안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없지 않다”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는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전당대회 룰을 권리당원 투표 70%와 여론조사 30%) △ 공천룰 개정(하위 20%까지 일괄적으로 20%를 감산하는 현행 방식에서 하위 10%는 40%, 10~20%는 30% , 20~30%는 20%를 각각 경선 득표에서 감산)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다수 의원들은 혁신안이 '현재 당 위기의 본질과는 무관하고 당내 계파 갈등을 초래할 부적절한 소재'라는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을 임명한 이재명 지도부가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친문계가 주축이 된 50여명 규모의 '민주주의 4.0'은 "혁신위가 신뢰와 권위를 상실한 상태에서 발표한 혁신안을 민주당의 혁신안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서 가장 시급한 혁신안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공개 반발했다.
같은날 '더좋은미래'도 "(대의원제는) 1년 뒤 개최되는 전당대회 문제로, 국민적 관심 사안도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다"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총선 전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도부와 의총에 제안한다"고 했다.
더미래도 소속 의원이 50명으로 일부 중복 인원을 제하더라도 당내 다수가 김은경 혁신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주의 4.0 이사장인 전해철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은경 혁신위에서 민주당에 필요한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충분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혁신위 발족 당시를 보면 돈봉투 사건이라든지 코인 논란 등으로 인해서 민주당의 신뢰가 떨어지고 어떻게 하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느냐라는 것이 혁신위 발족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의원제를 없애면 돈봉투 사건이 없어지느냐"며 "그렇다면 대의원제를 왜 지금 이야기를 하느냐. 특히 대의원 권한은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논의해도 충분한데 지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금 대의원제를 가지고 논란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고, 만약에 그 논의를 한다고 하면 대의원 권한을 없애는 것, 전혀 대의원의 권한을 상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주류 이상민 의원은 같은 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는 민주당하고는 관계가 없고 이 대표의 성남시장 또는 경기도지사일 때와 관련된 건"이라며 "이 대표를 위한 방패 정당으로서의 부정적 이미지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제가 주장했던 것인데 이 대표는 전혀 그 얘기를 들으려고 안 하니까 굉장히 난감하다"고 거듭 이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심지어 이재명 지도부 일원인 서영교 최고위원도 "최고위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의) '조금 폭을 줄여나가는 건 괜찮겠다'는 정도였다"며 "완전히 없애는 것까지 가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예를 들면 국민의힘은 대의원의 가중치가 없고 당원 투표로 (대표를 선출)하는데, 그러다 보니 전광훈과 같은 사람의 입김이 대표·최고위원을 뽑는 데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혁신안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전날 지도부 회의에서 자파 최고위원 3명이 일제히 공개적으로 김은경 혁신안을 옹호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은경 혁신위 안의 전면 수용을 촉구한다"며 "무슨 명분으로 이를 반대한단 말이냐. 이것은 국민의 명령, 당원들의 명령에 (대한) 집단 항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의원 특권은 결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특권"이라며 "더 많은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기득권 내려놓기에 저항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김은경 혁신위를 반대하는 자, 역사가 기록할 것", "대통령 직선제가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서 촉발되었듯 민주당 당원 직선제, 민주당의 8월 민주항쟁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 궐위시 차기 대표직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를 빗대어 "정청래용 혁신안"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혁신의 핵심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께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셨음에도 민주당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개혁을 속시원하게 진행하지 못한 채 실망감만 키웠고 그 결과는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 이후 당원들의 요구는 현역의원 중심이 아닌 당원 중심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것"이라며 "이번 혁신안은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의 절절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현역의원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당원들의 지지도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김은경 혁신안은 갑툭튀가 아니라 당의 역사와 집 지성이 만든 오랜 민주당의 혁신 의지의 결과"라며 "국민과 당원께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혁신 의지가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회의 직후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어디서 반발을 하더냐"며 "변화에 대해서는 언제나 여러 논쟁이 있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여론수렴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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