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송영길 박주민 김진애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된 데 대해 결과적으로 ‘상처만 남긴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계파 간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5살 솔이 아빠 박주민, 불안에 맞서다'라는 내용의 회견으로 3명의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 경쟁자 중 제일 마지막으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김진애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각각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박영선 전 장관은 전날 "평생 처음 '어머니 곁을 지켜야겠다' 마음먹게 한 어머니의 야윈 몸을 보니 불출마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신 많은 분께 용서를 구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2일에도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지금 여기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상황이 참 난감하다"며 불출마 가능성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 과정에서 표출된 불협화음 등 당 내홍이 선거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그동안 송영길 전 대표 출마에 대한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집단 반발, 당 전략공천위원회의 ‘송영길·박주민 컷오프’ 결정 사전 유출, 이를 뒤집은 비상대책위원회의 판단, 추가 후보군 영입 실패까지 공천 과정 내내 내홍이 끊이지 않았고, ‘계파 갈등’ 논란까지 표면화된 상태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서울시장 경선뿐 아니라 당내 모든 경선과 경쟁 과정에 있는 갈등이 계파의 시각으로 재단돼서는 안 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오는 만큼, 계파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계파 갈등 논란은 당 전략공천위의 ‘송영길·박주민 컷오프’ 결정이 비상대책위로 넘어오기도 전에 외부에 유출되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이유로 자신을 컷오프한 지도부를 겨냥해 “사실상 이재명 상임고문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이재명 고문의 8월 전당대회에 출마 등을 견제하는 포석으로 규정해 논란을 키웠다.
이 고문의 측근그룹인 ‘7인회’의 좌장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직 내 정치적 생존과 이를 담보할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라며 “이런 작태들을 용납하는 건 너무나 비겁한 일”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 의원은 김남국 의원과 함께 지난달 말 경북 영천 은해사에 머물던 송 전 대표를 직접 찾아가 지방선거 역할론을 요청하며 ‘명심’이 송 전 대표에게 있다는 해석을 낳게 했었다.
반면, ‘송영길·박주민 컷오프’를 결정한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이 같은 계파갈등 지적에 강력 반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난데없이 계파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저는 ‘명낙대전’으로 흔히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제게 계파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번 결정의 책임자로서 오직 지방선거 승리만을 기준으로 제 정치적 양심과 의원직, 정치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계파적 결정이 아닌 것을 계파공천이라 하는 것은 오히려 계파적 시각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닐런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송 전 대표의 ‘이재명에 대한 선제타격’ 발언이 나온 21일에도 SNS에서 “당 대표까지 한 분이 자신의 이름보다는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며 ‘이재명에 반대하기 위한 공천’이란 명분을 쌓는 상황이 너무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직격했다.
컷오프 결정은 계파와는 관련 없는 종합적 판단의 결과인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재명 고문을 끌어들여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송 전 대표를 향해 “왜 이재명 고문 뒤에 숨어서 하려고 하나. 굉장히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면서 “(이 고문을) 등에 업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도, 반대로 이재명을 공격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다 온당치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번 서울시장 공천갈등이 ‘8월 전당대회’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뒤 치러질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새 당 대표를 놓고 당권을 장악하고 새판을 짜려는 이재명계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친문 등 반이재명계가 사활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선거 조직이 그대로 8월 전당대회 조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파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서울 지역구 의원들 상당수가 송 전 대표 출마를 비판해온 만큼 송 전 대표가 최종 후보가 된다면 ‘온전한 원팀’을 만드는 것이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