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독립 ‘4군 체제’로 전환해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7-09 1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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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귀신 잡는 해병은 해군 군함에 탄 보병이 아니다.


    6.25 전쟁에서 최초의 반격작전인 진동리지구 전투부터 ‘귀신 잡는 해병’이란 명성을 얻은 해병대는 통영상륙작전, 베트남 전쟁 참전 등 주요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그런 해병대에 ‘무적해병’이란 친필 휘호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해병대는 1973년에 해병대사령관 직책이 해군본부 제2참모차장으로 바뀌면서 독자적 의사결정 체제가 사라졌다. 해군의 지휘를 받는 그야말로 군함에 올라탄 해군 보병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중장기적으로 해병대를 독립시켜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해병대사령관도 4성 장군으로 진출시켜 국가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부여해 해병대의 위상을 제고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이에 응답하듯 당시 100만 명에 달하는 국내외 60여 개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윤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후보 청문회에서 ‘해병대를 독립시키는 4군 체계’ 관련 질문에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해병대 입장과 해병대 사기 문제를 고려한다면 일면 타당성도 있다”라고 답변했다.


    국방부는 최근 대통령실에 보고한 국정과제 이행 계획(안)에 “중장기적으로 해병대를 독립시켜 4군 체계로의 전환 검토”라고 명시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해병대가 4군 체계 위상의 대우를 받는 관련법 개정도 있었다. 기존 해병대는 해군에 소속돼 있어 해병대 조직 전체를 상징할 수 있는 군기(軍旗)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3월에 개정된 ‘군기(軍旗)령’ 시행으로 해병대기(旗)가 정식 군기 종류로 포함되는 법적 지위도 얻었다.

     

    대내외적으로 각종 행사 등에서 해병대를 대표할 수 있는 기(旗)를 공식적으로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국군의 4군 체계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돼야만 한다.


    북핵의 위협 아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해병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명실상부한 국가전략기동군으로 해병대가 독립적인 지휘체계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한국 해병대를 미국 해병대처럼 ‘국가전략기동군’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해병 2사단을 전방에 붙박이로 배치하지 않고 해병 1사단처럼 후방에 배치해 전략기동군 임무를 하게 하거나 육군이 주로 수행하고 있는 해외파병 주 임무를 해병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병대의 주요 임무를 기습상륙작전이 아니라 ‘후방 기습 전문부대’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적 해안에 병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상륙작전은 첨단무기가 넘쳐나는 현대전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설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볼 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해병대가 과거처럼 ‘배에 타는 보병’이 아닌 ‘기습공격의 지휘자’로서 활약하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해병대 독립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니 해병대 예비역 병장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해병대사령관이 능력만 인정받으면 해병대 대장 출신인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이나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처럼 진급할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4군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합참의장으로는 사실 해병대 대장보다 더 적임자는 없을 것이다.


    현재 국군조직법은 조직을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작전 체계는 4군 체계(육·해·공·해병대) 유지하고 있다. 어색한 법에 어색한 체계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바로 잡아 해병대가 명실상부한 국가전략기동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는 해병대 413기 예비역 병장의 소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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