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가 누가 황당한 음모론을 더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내는지 경연하고 혁신위원장을 뽑은 거 같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 한국외대 김은경 교수가 선정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검찰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혁신이란 돈 봉투 사건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되레 이를 ‘검찰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언급하는 자에게 무슨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앞서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가 9시 만에 사퇴한 이래경 씨 역시 ‘천안함 자폭설’이라는 기괴한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검찰 조작’ 운운하는 김 교수 역시 음모론에 있어선 이래경 씨 못지않아 보인다.
대체 검찰이 어떻게 조작했다는 것인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은 정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현금 살포와 수수가 이뤄진 것으로 매우 중대한 범죄다.
그 사건으로 인해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구속됐다.
또 돈 봉투 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가기도 했다. 물론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는 2021년 3월부터 5월까지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부총장 등과 공모해 2021년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 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금품을 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강씨가 송 전 대표의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 사는 문제연구소’ 관계자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무실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데 개입하는 등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과 강 씨 등이 나눈 대화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걸 검찰이 어떻게 조작했다는 것인가. 검찰이 강 씨에게 돈을 주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전 부총장에게 그런 통화를 하도록 강압했다는 것인가. 이쯤 되면 이건 음모론이 아니라 과대망상 중증 환자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어떤 면에선 ‘천안함 자폭설’을 제기한 미치광이 이래경 씨와 다를 게 없다.
이재명 대표는 왜 그런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일까?
혁신위원회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계기로 민주당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출범을 결정했다.
그런데 정작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반성하고 침묵하기는커녕 되레 혁신위가 출범하자마자 공개 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활동 보폭을 늘리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언급하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돈봉투’ 수혜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진보단체가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해 단상 위에 올라 돈 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비판에 나섰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우리 민주당의 힘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검사들을 탄핵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라며 검찰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며칠 전, KBS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연일 공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어쩌면 송영길 전 대표는 음모론자인 김은경 씨가 혁신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란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혁신위원장이 되면 ‘돈 봉투 사건’은 ‘검찰에 의해 조작된 사건’ 쪽으로 몰아가면서 자신이 구제될 것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그런 혁신위라면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 민주당도 그런 혁신위를 버릴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민주당 혁신위는 ‘음모론 위원회’에 불과하다. 그런 혁신위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