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 캐릭터’ 김남국의 역겨운 반전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5-08 11: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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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총선을 1년가량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악재에 악재가 겹쳐 그야말로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60억 가상화폐 보유 논란까지 터져 나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국회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고 가치가 60억 원에 달했다는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규모는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거액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나 ‘돈 봉투’ 보다도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대체 김남국 의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돈이 없다면서 후원금을 모금할 때 ‘한 푼 줍쇼’라고 구걸하듯 했던 그가 60억 원의 코인을 숨겨 놓은 재력가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 유튜브 등에 출연해 자신의 '궁핍'을 강조하는 콘셉트를 보였다.


    그는 2019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라는 여성의 질문에 "매일 라면만 먹는다. 그렇게 먹은 지 7~8년 된 것 같다. 거의 하루 한 끼 못 먹을 때가 많다"라고 답했다. 2021년에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안 사 먹는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해 11월엔 T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3만 7000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라고 했으며, 지난해엔 '돈이 없어서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후원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궁핍한 사람이 60억 원의 코인을 가지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인 '위믹스'를 최대 60억 원어치가량 보유했고, 이를 같은 해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출 시점은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이 시행된 지난해 3월 25일 이전으로 전해졌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송금 시 사업자(거래소) 간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는 룰이다.


    이 같은 사실은 김 의원의 지갑이 등록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면서 알려졌고, 현재 서울남부지검이 FIU로부터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거래소 측은 김 의원이 단기간에 거액의 코인을 이동시킨 데다 코인 종류가 메이저 가상자산이 아니라 이른바 '김치코인'(국내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었던 점을 두고 이상 거래로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의원은 1300자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 정보를 흘린 건 한동훈 검찰의 작품,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덮으려는 술수"라며 발끈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한 사과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김 의원은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2021년 당시 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과 가산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자신이 혜택을 보는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반성은커녕 "법률적으로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가뜩이나 민주당은 ‘이재명 리스크’와 ‘돈 봉투 전대’ 의혹으로 휘청거리는 마당에 ‘김남국 60억 원 코인’ 사태까지 겹쳤으니 총선까지 버틸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김남국 의원은 ‘검찰의 작품’이라는 헛소리를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그 자금의 출처를 소상히 밝혀 도의적 책임이 있다면 도의적 책임을, 나아가 법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돈 봉투 전대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것을 우려해 ‘꼬리 자르기’ 하듯 자진 탈당했던 것처럼, 자진해서 탈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당원의 도리 아니겠는가.


    금배지까지 떼라고 하지는 않겠으나, 양심이 있다면 탈당하고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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