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예상과 달리 추미애 당선자가 탈락하자 그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이 탈당 러시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탈당을 만류하는가 하면 내후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시ㆍ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당원 권한을 확대하겠다며 때 이른 당근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20일 “민주당이 '당심 달래기'를 명분 삼아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짙은 당원들의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적 행보”라고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지난 2023년 민주당은 대의원 대비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60대1'에서 '20대1' 미만으로 낮춰 당내 비명(비이재명)계가 설 자리를 사실상 없앴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주말 이틀 연속 당원과의 행사를 열고 “당원 권한을 두배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에 반발한 강성 당원들의 ‘릴레이 탈당’ 등 여진이 이어지자 직접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날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당원들과 만나 “당원도 두배로 늘리고, 당원 권한도 두배로 늘리자”고 했다. 그는 의장 경선 후폭풍과 관련해 “최근 당에 대해 섭섭하고 아픈 사연도 꽤 있었죠”라고 물은 뒤 “내 생각은 옳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생각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점들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아직도 (당을)혼내주기 위해서 탈당을 생각하는 분이 계시면 (탈당하지 말고)당비를 끊어라”며 “탈당하면 다시 들어오기 힘들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도 의장 선거 결과와 관련해 “(당원 중심의 당은)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 급변, 격변”이라며 “아무래도 첫 길을 가다 보니 이슬에도 많이 젖고, 없는 길이어서 스치는 풀잎에 다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선거에 이어 시도당위원장 선거에도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높이는 안을 연구 중”이라며 구체적인 ‘당근책’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권이 지역위원장에게 있어 당원과 괴리가 있다’는 한 당원의 질문에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시도당위원장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기초위원, 광역위원 등을 공천해 권한이 크다”며 “지방선거 후보를 지역 당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당원들이)신나게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지난 2023년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 비율을 기존 60대1에서 20대1 미만으로 바꾸는 내용으로 전당대회 규정을 개정한 데 이어 시도당위원장 선거의 표 비율도 조정하겠다는 것.
장경태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현재 시ㆍ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은 50대50인데 권리당원수가 지역마다 달라 천차만별”이라며 “대의원의 한 표가 권리당원의 몇 배 이상을 초과하지 않게 (당규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재명 대표의 당원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당원 커뮤니티에는 추 당선자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민주당 당선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이재명계를 가리키는 멸칭)'으로 비판하면서 이들을 색출하자고 주장하거나 탈당 인증글을 올리는 등 과격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때와 비슷한 규모로 탈당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이례적으로 제재에 나섰다. 의장 경선 관련 음모론을 펴거나 표 색출에 나설 경우 일괄적으로 일주일간 팬카페 활동을 정지시키고, 특히 탈당이나 탈퇴를 언급할 경우 재가입이 불가한 강제탈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팬카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당시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공격에 앞장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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