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신평 변호사에 대한 비윤계 후보들의 비난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신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의견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윤석열 대통령과 결부하며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을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은 대단히 잘못됐다.
실제로 이준석계 당권 주자인 천하람 후보는 5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윤핵관이나 멘토를 자처하는 신평 변호사 같은 인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한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파급력은 매우 크며, 만약 이것이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은 부연설명을 해야 한다. 신 변호사가 전혀 아무 근거 없이 이런 무리한 발언을 통해 당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라면 즉각 후원회장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가관이다. 제멋대로 해석하고 제멋대로 단정하는 이런 모습은 이준석 전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신당 창당을 한다는 이야기는 적극적 해당행위"라고며 "당원들에 대한 협박에 해당하는 극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를 향해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의 멘토라는 인물이 실제로 뭘 알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망상인지도 대통령실에서는 확인해 주시라"고 덧붙였다.
우선 신평 변호사는 단 한 번도 ‘윤핵관’이나 ‘윤석열 멘토’를 자처한 적이 없다.
특히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지난 대선 당시 이준석 전 대표 등이 주도해 만든 '악의적 프레임'으로, 윤 대통령이 주변에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걸 알고 있는 신평 변호사가 ‘윤핵관’을 자처한다는 천하람 후보의 지적은 저급한 코미디에 불과하다. 그의 지적에 동의할 당원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또 ‘윤석열 멘토’라는 표현은 언론이 붙인 것으로 신 변호사는 자신이 ‘멘토’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더구나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을 맡은 것도 아니다.
실제로 신 변호사는 "지금 시골에서 포의(布衣·벼슬이 없음)로 살고 있는데 자꾸 남들이 대통령의 멘토라고 칭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그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확인해 주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현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것도 아닌, 그의 말처럼 시골에서 벼슬 없이 지내는 신평 변호사의 발언에 왜 대통령실이 일일이 설명하고 해명해야 하는가.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개입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대단히 사악하다.
장제원 의원을 향한 비난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이른바 ‘김장연대’를 통해 김기현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장제원 의원은 사무총장을 맡아 실권자가 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으나. 장 의원은 사무총장 설을 일축하면서 차기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임명직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런 결단을 내린 자에게 안철수 후보는 '윤핵관 지휘자'로 지목하면서 그를 맹비난했다.
당권 주자가 이준석 계가 악의를 지니고 만든 ‘윤핵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잘 못이지만, 백의종군을 선언한 그를 ‘지휘자’로 칭하며 공세를 퍼붓는 것은 금도를 한참 벗어났다.
친윤계 의원들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나경원 전 의원과 이영우 전 의원은 공직자로서 선거에 뛰어들어 비난을 받았지만, 안철수 후보는 그들과 달리 공직을 맡지 않았다. 출마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중립을 지켜야 할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이 안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당헌-당규를 어기는 것이니만큼 지양해야 한다.
당원들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가 후보들 간의 도를 넘은 공방으로 자칫 흙탕물 전대가 될까 걱정이다. 전대 이후에는 모두 힘을 합쳐 총선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자면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유승민계와 이준석계를 제외한 모두가 손을 잡아야 한다. 조금의 차이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