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대위는 ‘상왕 선대위’ 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11-14 11: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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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는 결국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뜻대로 ‘상왕 선대위’가 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원팀 선대위’나 ‘통합 선대위’를 구성하려던 윤석열 후보의 구상은 물거품이 되는 것 아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총사령탑격인 김종인 전 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총괄선대위원장 밑에 힘이 집중되는 야전 사령탑 역할의 총괄선대본부장도 두지 않고 분야별 총괄본부로 권한을 분산해 확실한 ‘김종인 원톱’ 선대위를 구성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렇게 되면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김 전 위원장은 분야별 총괄본부를 직통으로 지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야말로 ‘상왕 선대위’가 구성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전권을 요구하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굴복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중진급 인사들을 예우하기 위한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총괄선대위원장 아래 정책, 조직, 직능, 홍보 등 4∼5개 분야별 총괄본부를 '수평적'으로 병렬 배치해 중진들에게 본부장을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준석 대표가 요구해온 '실무형' 선대위 모델과 같은 것이다. 한마디로 이준석 대표의 요구를 윤석열 후보가 전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김종인의 압력에 굴복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경선캠프의 핵심 참모뿐 아니라 다른 예비후보를 도왔거나 경선을 관망하던 당 안팎 인사들을 폭넓게 중용해 '더 큰 선대위'를 출범시키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구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로 인해 얻는 것보다도 잃는 게 더 많은 선대위가 될 것이란 점이 문제다.


    현재 윤석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역할은 없었다. 사실상 윤 후보가 ‘나 홀로’ 구축한 지지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원팀 선대위’를 구성해 경선 경쟁자들의 표심을 흡수하는 한편 ‘통합 선대위’를 구성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도 야권 단일후보를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이른바 김종인의 ‘상왕 선대위’는 그걸 차단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홍준표 의원을 따르는 2030 세력, 안철수 후보가 상징하는 중도 확장성. 외연 확대가 아쉬운 상황에서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전권요구를 수용하는 순간, 그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 전 위원장은 홍준표 의원이나 안철수 후보와의 악연이 너무 뿌리 깊어 공적인 일에도 사감이 개입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김종인의 악연 딜레마'가 윤 후보를 수렁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준표 의원의 악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두 사람은 검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이른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이다.


    노태우정부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문민정부 출범 첫해인 1993년 구속됐고, 그때 김 전 위원장을 조사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홍 의원이 공개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세상에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와도 한때 정치적 멘토였으나 지금은 '앙숙'이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서로를 향한 미움이 상당해 "전생에 원수지간이 아니었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보선에 안철수가 출마하느냐, 아니면 이듬해 치러질 19대 총선에 출마하느냐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할 때에 멘토를 자임한 김 전 위원장은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국회의원부터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조언했는데,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출마로 방향을 잡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났다고 한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상대를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김종인) "김종인 위원장은 차르다" "낡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안철수)라는 독설을 내뱉는 ‘앙숙’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걱정이다.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김종인의 압력에 굴복해 ‘상왕 선대위’를 구성해 얻는 게 무엇인지, 또 잃는 게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예우 차원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되 윤석열의 ‘상왕’이 되려고 해선 안 된다. 그건 압도적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열망에 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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