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3차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 대해 "민주당에 폭탄 던지고 줄행랑친 것”이라는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당 대표 선거 시 대의원 투표권 폐지, 현역 의원 페널티 강화 등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을 두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갈등이 분출됐다”며 “비명계와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공개된 지도부 회의에서 정면 충돌했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회의석상에서는 “혁신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표를 했다”고 비판한 고민정 최고위원과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혁신을 거부하면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고 응수한 서은숙 최고위원이 충돌했다.
앞서 지난 10일 민주당 혁신위는 활동 종료를 선언하면서 당 최고 대의기구인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1인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개편할 것을 제안,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18개 정부 부처별 '책임국회의원'을 1명씩 두는 '예비내각'(섀도캐비닛) 구성, 정책대변인제 신설 등을 언급했는데, 다른 정당에서도 과거부터 거론됐던 제안들로 새로울 게 없이 당내 분란만 일으켰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안의) 대의원제 폐지는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민생 관련 시급성을 다투는 일도 아니다”며 “오로지 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의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대상 공천 페널티 강화’ 제안에 대해서도 “총선 1년 전 공천 룰을 확정하도록 한 당규에 따라 이미 5월 공천 규정을 제정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서은숙 최고위원은 “‘차별받지 않는 동등한 권리’는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맞받아쳤다. 전당대회 투표에서 대의원의 표 가치가 권리당원의 60배에 달하는 상황을 대의원 투표권 폐지로 ‘1인 1표’로 만드는 것이 혁신이라는 것. 서 최고위원은 “더 많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혁신안을 둘러싼 민주당 내 반발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과 의원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혁신위 발표 하루 만에 반대 성명서를 잇달아 내는 등 비명계의 집단적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 4.0은 성명서를 통해 “혁신위가 ‘노인 비하 발언’ 등 논란으로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발표한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더좋은미래도 입장문에서 “대의원제 관련 혁신안은 당내 갈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 논의하는 것을 지도부와 의총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날 혁신위가 ‘OB’들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지목된 천정배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중진 중에 능력 있고 깨끗한 정치인을 재발굴해 진정한 정치 복원을 해야 한다”며 혁신위의 용퇴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맞서 친명계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등은 “전당대회 1인 1표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한 상식”이라며 혁신위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둘러싼 당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혁신위의 쇄신안은 오는 16일 열릴 정책의총과 28~29일 개최되는 워크숍 등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회의 후 혁신안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혁신안은 혁신위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서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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