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서 구청장 공천 방침 철회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8-16 11: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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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은 오는 10월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구청장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아닐뿐더러 문재인 정부에서 ‘공익신고자’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자당 소속 후보를 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려면 대법원까지 이어진 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뒤엎을 명분이 필요한데 법원은 3심까지 일관되게 김 전 구청장의 ‘공익신고자’로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익신고자의 지위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상 법원이 결정한다. 따라서 그를 공천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 아래 최근 다른 출마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후보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잘못이고, 후보를 낸다면서 김 전 구청장이 아닌 다른 사람을 물색한다는 것도 잘못된 판단이다.


    물론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면 당은 후보를 공천할 수 있고, 설사 선거법 위반이더라도 무공천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공천을 안 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글자 그대로라면 공천을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귀책사유에도 후보를 낼 때마다 비난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후보를 내면 곧바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악영향을 미칠 게 빤하다.


    그리고 후보를 낸다면서 김태우 전 구청장을 배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국민의힘의 판단대로 ‘공익신고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그래서 후보를 내겠다고 판단했다면 그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 어떤 후보를 내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텐데 굳이 그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김 전 구청장에 ‘책임이 있다’라며 다른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김 전 구청장을 두 번 죽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그의 출마는 사면을 통해 사실상 윤 대통령이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대통령 대 야당’이라는 선거 구도가 형성될 것이고, 그런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강서 갑·을·병 3곳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야당 세가 강한 지역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돌풍’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그런데 보궐선거에서는 그런 바람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민주당은 총선 전초전으로 열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었다. 중앙당에 공관위를 설치하고 후보자 선정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공관위원장에 조정식 의원, 부위원장에 이해식 의원을 위촉했다. 공관위원으로는 한병도·이재정 의원, 장현주 변호사 등이 활동키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에 있어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에 참패했다. 내년 총선도 쉬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서구청장 승리를 기점으로 삼아 총선 분위기를 다잡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당이 후보를 내면 여야가 사활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선거가 되는 셈이다.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구청장 한 사람을 뽑는 선거에 국민의힘이 이런 모험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해석해 후보를 내지 않는 게 옳다.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법원의 결정이더라도 귀책사유를 당당하게 인정하면서 ‘무공천’을 선언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런 감동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호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강서구청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그런데도 김기현 대표가 무리하게 공천을 강행한다면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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