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제2의 추미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7-13 11: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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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나 그 칼끝은 문재인 정권을 향하는 모양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만약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 그 대상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돼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적 대안 노선 검토를 포함한 타당성 조사 방침 결정과 낙찰자 선정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전에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이다.


    변경된 대안 노선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나왔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며, 2021년 4월 예타를 통과한 원안을 비롯해 복수의 대안 노선 검토를 시작했다.


    국토부는 같은 달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 공고를 냈고, 그해 3월 설계 전문 업체인 동해기술공사, 경동엔지니어링에 공동 용역을 맡겼다. 물론 당시 대통령은 문재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수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 업체는 약 두 달간 검토 끝에 작년 5월 19일 사업 타당성 등을 이유로 현재 논란이 되는 노선을 대안으로 국토부에 보고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패배하고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알고, 김건희 여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려고 대안 노선을 계획했다는 것인가.


    이게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지 이재명 대표는 정녕 모르는 것인가.


    설사 이 대표 주장이 맞는다고 해도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이 김건희 여사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대상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당 의원들이 2022·2023년도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양평군 강상면 교통 편의를 위한 사업 예산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은 김건희 여사 특혜”라는 이재명 대표의 주장과 배치된 결정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9일 열린 예결위 8차 전체회의(경제부처 심사)에서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국지도 88호선 양평 양근대교 도로개설 사업 예산 47억 1600만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양근대교 확장 사업은 양평읍 양근리와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를 연결하는 도로(교량)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강상면 병산리는 민주당이 특혜라고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이 있는 곳이다. 애초 정부안에서 2억8400만원으로 책정된 예산은 국회 예결위를 거쳐 40억원이 증액돼 42억 84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만일 이재명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해 김 여사 일가의 강상면 병산리 선산 땅값을 올려주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양근대로 예산을 대폭 올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조사 대상이다.


    이런 이재명 대표의 주장이 너무도 기괴하지 않는가.


    그 모습이 마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닮았다.


    2018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전 장관이 댓글 조작 의혹을 고발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며,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문제가 됐던 댓글 조작을 진행한 이들이 민주당 당원이자, 이를 주도한 김 씨는 ‘드루킹’이라는 아이디를 쓰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 글을 올린 파워블로거인 것으로 밝혀진 것. 이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연루 의혹이 드러나면서 그는 징역형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댓글 조작으로 탄생한 대통령이라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이 찬 ‘똥볼’이 문 정권의 정당성을 흔들어 대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처럼 이재명의 ‘똥볼’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당성을 한꺼번에 흔들어 대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은 ‘제2의 추미애’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될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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