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국회 출석 요구, 법관 권한 침해 부적절한 선례 될 수도...현행법 위반도
앞서 국회 법사위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지난 7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 안건을 의결했다.
청문회 증인ㆍ참고인으로는 이후보 선거법 사건 재판에 참여한 조 대법원장과 오석준ㆍ신숙희ㆍ엄상필ㆍ서경환ㆍ권영준ㆍ노경필ㆍ박영재ㆍ이숙연 대법관 등을, 대법원 전산 자료와 관련해서는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 실장을 증인으로 각각 신청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판에 관한 청문회 출석이 부적절하다“며 청문회 출석을 요구받은 16명 증인의 ’불출석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3일 "내일(14일) 특검법과 법원조직법, 헌법재판소법 등 사법개혁 법안들을 절차에 맞게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불출석하니 국정조사도 필요하고 특검도 하자는 말에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법과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무기 삼아 사법부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불출석은 삼권분립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그간의 관례에 비춰 정상적 절차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국회가 특정 재판을 심리한 판사를 불러 관련 내용을 묻는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현행 헌법에서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103조)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재판 결과를 문제 삼아 청문회를 소집한 자체가 ‘감사 또는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비춰 현행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의원은 “사건의 성격상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대법원 특검은 특검대로, 사법개혁은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사법개혁이라는 거대한 프레임과 이 사안을 혼용하면 오히려 방향성이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특정 정치인에 대한 ‘광속 재판’이라는 외형만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면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감당하기 쉽지 않은 파장이지만 감수하고 넘어가야 할 사법부의 책임과 몫”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 다수당을 통해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특검 도입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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