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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체제 출범 1개월 만에 정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침몰위기에 처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에서 4주 만에 반등했음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론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조화되는 일반적인 패턴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서로 엇갈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2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질문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주보다 0.7%포인트(p) 상승해 36.7%로 집계됐다.
반면 정당지지도에선 국민의힘이 0.8%p 하락해 37.1%로 나타났다.
이재명 퇴진론 등으로 시끄러운 민주당이 1.7%p 상승해 47.1%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7.5%p에서 10.0%p로 더욱 벌어졌다. 3주 연속 오차범위 밖 격차다.
권역별로 국민의힘은 대구·경북(54.2%)에서만 민주당에 우세했으며, 부산·울산·경남은 양당 모두 42.2%p로 같은 지지율 기록했고, 다른 지역은 모두 민주당에 뒤졌다.
(이 조사는 무선 97%와 유선 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은 물론 중립지대인 충청권과 강원권도 위험하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가 부패에 휩싸여 거짓말 정당이 되고 있는데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인데, 왜 우리 당은 지지율이 폭락하는지도 검토해봤냐"라며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쏘아붙였겠는가.
출범 한 달도 안 된 지도부를 향해 비대위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여당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리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일까?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 전 정권에서 물려받았다는 핑계가 이제는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라며 집권당의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은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문재인 정권을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권의 잘못으로 윤석열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재인 정권은 심판을 받았고, 6공화국 출범 이후 최초로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준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여당은 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민생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그럴만한 능력 있는 당직자도 보이지 않는다.
능력을 보고 당직을 맡긴 게 아니라 ‘친윤’ 가운데서 3.8 전당대회 공로자를 주요당직에 임명한 탓이다.
실제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하겠다던 김 대표는 친윤 일색으로 당직을 꾸렸다. 연포탕은 다양한 재료가 섞여야 국물이 맑고 시원한데, 이 연포탕에는 간장만 들어가 감칠맛 대신 짠맛만 강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된다. 이미 당직은 임명됐으니, 그들에게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원내대표 경선이라는 기회가 있다. 그 경선을 ‘친윤’ 일색 지도부에서 탈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걸 못하면 김기현 체제가 몰락하고 비대위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 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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