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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엄연히 사형 제도가 존재하고 일부 교정기관에는 사형 집행시설까지 있다.
전국 교정기관 가운데 사형 집행시설이 있는 곳은 서울구치소와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등 네 곳이다.
그런데도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해 사형 집행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듬해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부터 현재까지 사형 집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망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달아 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형 집행 중단이 ‘사형제가 폐지됐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범죄자들에게 줘 ‘내가 사람을 죽여도 내가 죽을 일은 없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생명 존중, 교화 가능성, 특히 오심(誤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현재 사형이 확정됐지만,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수감자는 59명이다.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같은 연쇄살인범들도 포함돼 있다.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17차례에 걸쳐 노인과 부녀자 21명을 연쇄 살인하고 방화, 사체유기 등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사체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하고 3구는 불에 태우는 등 범행 방식도 엽기적이었다.
강호순은 아내와 장모 등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기소됐다. 강호순은 1심에서 2005년 장모의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부녀자 8명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강호순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장모 집에 불을 낸 것으로도 조사됐다.
정두영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과 경남, 대전 등지에서 강도살인 등 23건의 범죄를 저질러 노인과 부녀자 9명을 살해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사형이 확정됐다.
이렇듯 많은 사람의 생명 간 이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그들이 교화될 것이란 믿고 기다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제는 이들의 사형 집행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헌법재판소도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사형제 폐지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이지만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흉악범들에게 ‘사형 제도’가 있고, 사형 집행을 할 수도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사형 집행시설을 갖춘 전국의 4개 교정기관에 “사형 집행시설을 점검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사형 집행시설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 상태였는데 한 장관이 “사형 제도가 존속하고 있으니 시설을 제대로 유지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사형은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명령을 내리면 교정기관의 시설에서 교수형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 장관이 당장 사형 집행을 생각하고, 이를 전제로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같은 사형수들은 법무부가 사형 집행시설을 보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했다고 한다.
이걸 보면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사형 집행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언컨대 ‘사형 집행시설 보수’ 소식은 사형제 폐지를 믿고 흉악한 범죄를 계획하던 예비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고 잇따르는 흉악범죄의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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