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부인이 지방의원 상전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6-01-13 13: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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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예전부터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밥그릇’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근 불거진 공천뇌물 사건을 보니 여전히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의 밥그릇에 불과했다. 다른 당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민주당에선 그게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졌던 모양이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컷오프 대상이었던 김경 서울시의원은 서울 강서구가 지역구인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넨 후 단수 공천되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다른 경쟁자들의 재심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기적의 힘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건넨 1억 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공천을 대가로 뇌물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강서구에만 이런 일이 있는 게 아니었다.


    동작구에도 비슷한 공천뇌물 사건이 있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에게 1000만 원을 건넸다는 탄원서를 쓴 전직 동작구 의원이 관련자들과의 대화에서 ‘공천을 대가로 총선 선거자금을 요구받은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인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그는 자신만 김 의원에게 돈을 준 것이 아니라 정치자금을 준 구의원이 여럿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김병기 의원의 부인은 2022년 7∼8월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어디 그뿐인가.


    김병기 의원과 그의 부인이 서울 동작구 구의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야 합의로 구의회 의장과 예결위원장에 내정된 인사들 대신 자신의 측근을 앉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김 의원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부인의 ‘입김’까지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국회의원들만 지방의원들의 상전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부인까지 상전 노릇을 한 셈이다.


    강동구에선 자치구 행사에서 국회의원 부인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의 황당한 요청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3일 열린 서울 강동구의회 제32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다.


    당시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이해식 국회의원의 부인이 강동구 행사에 참석했다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이수희 강동구청장에게 항의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강동구의회 제320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는 국회의원 배우자에 대한 예우기준을 구청이 정립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요구들에 대해 이수희 구청장은 “구·동 행사에서 국회의원 부인을 초청한 사례는 없고, 선출 권력은 국회의원이지 부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맞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의 상전 노릇을 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지만, 그의 부인들까지 지방의원을 마치 종 부리듯 하거나 그 위에 군림하려 드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거야말로 ‘갑질 중의 갑질’ 아닌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절대적인 공천권이 부여된 탓이다. 지방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으로 출범한 지방의회가 결국 중앙정치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은 그런 연유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방의원 공천제를 폐지하는 건 어떨까?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국회의원 배우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겠다. 당신들은 지방의원의 상전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갑질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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