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여야가 집중 호우에 따른 수해 사태를 감안, 1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 논란과 관련해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한 국토위 전체 회의를 연기하기로 16일 합의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토위를 비롯한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들에게 호우 피해 상황을 감안, 대법관 인사청문특위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정을 조정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토부가 재난 대책 부서인 걸 감안해 내일 국토위 전체 회의는 적어도 최소한의 수해 부분이 정리된 이후인 수요일(19일)이나 목요일(20일)쯤 하자는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하겠다"며 "그전까지는 국토부에서는 수해 예방·복구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 사태의 근본 원인을 민주당의 '거짓 의혹' 제기 때문이라며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내주 중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의힘은 외압을 넣어 고속도로 종점을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곳으로 변경했다는 민주당 주장에는 대안 (노선) 검토 시작 자체가 문재인 정부 때 이뤄졌고, 대안 검토 주체도 문재인 정부로 보는 게 맞다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해당 사업의 원안 노선(양서면 종점) 인근에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땅을 무더기로 매입했고, 그 주변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소유한 땅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 사업 중단 책임을 돌리고는 있지만, 여권의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우려에 당내에서는 사업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업 재개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라며 “자칫 수도권 민심이 악화할 수 있고,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주민투표, 타당성 재조사,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구성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주민투표의 경우 포퓰리즘으로 비칠 수 있고 법상 요건도 맞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이번 일을 구실로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주민투표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가재정법은 국회가 의결해 요구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타당성 재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위 소속 한 의원은 "여야가 합의해서 의결하고, 타당성 재조사를 하는 것이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며 "대안 노선의 타당성을 다시 살펴보면 된다"고 말했다.
4선인 홍문표 의원은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고속도로 노선을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당초 당내에선 여론이 무르익은 뒤 국정조사를 언급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후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고속도로 원안 노선(양서면) 인근에 땅을 보유했다고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세를 받는 정동균 전 양평군수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채택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당은 이들이 내놓은 해명이 설득력 있다고 보고 국민의힘에게 '투트랙' 국정조사를 제안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럼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라도 진행한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향후 국정조사의 구체적인 공세 수위는 오는 17일 국토교통부 현안질의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토부가 자료 제출에 충분한 협조를 하지 않았던 만큼, 민주당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에게 직접 진상을 캐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원 장관이 SNS 등을 통해 상당한 해명과 입장 표명을 해왔기 때문에 일단 해당 발언들에 대한 팩트체크에 주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이 타당한 근거에 의해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양서면 종점 노선이 근처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뀐 게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변경안이 △교통량 흡수 △생태계 보전에 이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원 장관이 노선 변경에 개입한 실체가 드러날 경우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까지 공세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의혹과 의문의 출발점은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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