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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독립 기관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가 가관이다.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으나 정작 그 수장인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3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물러날 생각을 않는다.
현재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고위직 간부가 11명까지 늘어났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자녀 등 총 6건의 전·현직 고위간부 자녀가 채용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특히 박 사무총장과 김 전 사무총장은 자녀 채용승인의 최종 결재자였고, 6명의 간부 모두 채용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최근 실시한 자녀 특혜채용 조사에서 4·5급 전·현직 지원 5명의 자녀가 선관위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드러난 6건에 더해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이들만 1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선관위 고위간부 자녀들의 면접 때 동료들에게 자녀들의 면접 사실을 알렸고, 당시 면접관들이 대부분 최고점을 줬다고 한다. 전수조사하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자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통상 공무원은 의혹이 불거지고 내부 감사나 조사가 진행 중일 때는 사표를 내더라도 해당 공무원을 임의로 면직할 수 없다.
징계를 받아 파면이나 해임될 경우,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당하지만, 의원면직 되면 그런 불이익을 피해갈 수 있는 탓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이번 주에 면직 처리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내부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이 징계받지 않고 퇴직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제 식구 봐주기 특혜 면직"이라며 "원래 내부 감사나 조사 진행 때는 해당 공무원을 임의로 면직할 수 없지만,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이 규정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런 특혜 면직이 가능한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들은 처음엔 ‘정당한 채용’이라며 '법적 책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고 큰소리쳤었다.
그러다 불법적인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자 마치 책임지는 것처럼 사퇴하면서도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 등의 혜택은 그대로 누리려는 못된 심보를 보인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태도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과 관련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그 사과가 너무 늦었다.
그리고 말 한마디 사과로 덮어버리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지금 노태악 위원장은 사과가 아니라 즉각 사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노태악 위원장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처음 의혹이 불거질 때 버젓이 '특혜채용은 없었다'라는 자체감사결과를 내놓았던 선관위를 누가 믿겠는가.
이미 선관위는 국민으로부터 ‘자정 불가’라는 판정을 받은 만큼,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선관위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헌법상 기관’이라는 선관위의 비대한 특권에 대해 대수술을 강행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중립을 위한 외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우선 선관위를 이런 지경에 이르도록 내버려 둔 노태악 위원장이 하루라도 빨리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 지금 노태악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즉각적인 사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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