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위기…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5-25 13: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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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민주당 위기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나타난 강성 당원의 과대화와 포퓰리스트 당원들에 흔들리는 리더십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진단이다.


    민주당이 계속 강성 당원에 끌려다니니까 약한 고리가 중도층으로 빠져나갔고, 그로 인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의 요인이었던 ‘유권자 연합’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개딸’로 대변되는 강성 팬덤에 대해선 “제가 경험한 것만 봐도 이재명 지지자 댓글 중엔 욕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과 굉장히 유사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가 그런 세력에 끌려다니니까 민주당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조교수의 지적에 동의한다.


    민주당 내에서도 강성 팬덤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강성 팬덤’에게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이 대표에게 강성 팬덤과의 단절을 촉구한 바 있다.


    특이 이 의원은 강성 팬덤을 옹호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국민의힘이 하듯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 절연하기 위해 전 목사를 옹호했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에 대해 1년간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것처럼 민주당도 개딸 등을 옹호하는 현역 의원에 대해 징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이원욱 의원이 '개딸이 보낸 문자'라며 공개한 문자를 당이 조사한 결과 당원이 아닌 사람이 보낸 것으로 드러나자 이재명 대표가 ‘이간질’ 운운한 것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진행된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해 “당내 인사들이 폭언·협박·모욕당해 조사해 보니, 한 케이스는 당원이 아니었다. 당원을 가장해 장난을 친 것이거나 이간질을 한 것 둘 중 하나로, (문자폭탄 등은) 우리 당과 관계없는 개인적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당 내분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외부 세력이 당원을 가장해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적(敵)의 이간계’라는 것이다.


    그러자 박성준 대변인은 "외부 세력의 이간질로 드러났다. 진보진영의 와해를 노리는 이간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라는 황당한 성명까지 냈다.


    사실 비명계를 공격하는 강성 팬덤이나 개딸들은 대부분 이 대표 지지자로, 그들이 당원이든 아니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문자를 보낸 사람이 전체 당원 200만 명 중에 한명이 아니라고 해서 “민주당 와해를 노리는 이간계”로 규정하며 “경위를 파악하겠다, 조사하겠다”라고 난리를 피우는 걸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아마도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강성 팬덤을 '양념' 정도로 생각하는 탓일 게다.


    그러나 그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멸망의 지름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강성팬덤을 ‘양념’ 쯤으로 치부하다가 ‘조국 사태’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6공화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유일하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준 ‘못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이재명 대표도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라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사실 이런 문제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강성 팬덤들, 정치 훌리건들이 문제다.


    그들이 우리 정치사에 굉장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내년 총선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강성 팬덤과의 관계 단절을 먼저 하는 쪽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고 승리의 깃발을 꽂게 될 것이다.


    강성 팬덤을 자극하는 방송으로 돈벌이를 하는 일부 유튜버들에 대해선 당사 출입금지 등의 강력한 조처도 필요하다. 여당과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광적인 정치 훌리건들과 관계 단절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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