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두 번째로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024년 12월 14일 오후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리려면 헌법재판관 정원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헌재엔 지금 6명의 재판관만 있고 국회 추천 몫 3명은 공석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미적거린 탓이다.
그러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뒤늦게 후임자 추천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헌재 재판관으로 추천하는 안을 의결하고,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3∼24일 실시,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 뜻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청문 일정에 대해 아직 합의한 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헌법재판관을 일찍 추천하면 되었을 것을 그동안 뒤로 미룬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추경호 의원은 지난 10월 17일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추천과 관련, "오랜 국회 관례에 따라 헌법재판관을 추천해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라며 "여야 합의 추천에 한 명의 이견이 조정이 되지 않으면 여야 각 한 명씩이라도 우선 추진하는 절차라도 진행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아 헌법재판관을 빨리 임명해야 한다고 호들갑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헌법 111조가 헌법재판관 임명 주체를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있어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하면 헌법재판소는 현행 '6인 체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해야 한다.
그러자 민주당은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고,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당리당략과 개인 이익만을 앞세우는 추한 정치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사실 권성동의 논리는 박근혜 탄핵 당시 민주당이 쏟아냈던 논리일 뿐, 그가 새롭게 만든 논리는 아니다.
실제로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의원은 “일각에서 황교안 대행이 신임 헌법재판소장을 새롭게 임명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해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의 의견”이라고 했으며,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전 의원은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에 대해선 국회에서 비준 안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박범계 의원 역시 “권한대행은 장관임명권도 없다는 게 다수설이다. 하물며 행정부가 아닌 헌법기관 구성원의 일원인 헌재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못 하고 있다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된 후에나 대법원이 추천한 이선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주장한 그런 절차에 따른다고 하니 이제는 그게 아니라고 아우성이니 참으로 가관이다. 민주당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식의 이런 ‘내로남불’이 역겹기 그지없다.
민주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자는 여당의 제안을 거부한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걸 자충수(自充手)라고 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