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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당 및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선거관리 조직을 헌법기관으로 설정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대다수 서구 국가들의 경우 선거 사무를 행정부에서 맡거나, 한시적으로 위원회를 가동하는 수준이다.
애초 우리나라도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두지는 않았었다. 1948년 국회의 산하기관으로 설치되었으나 1960년 제2공화국에서 행정부로부터 분리된 헌법기관이 됐다.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선거 때문이었다. 부끄러운 역사적 이유로 우리 선관위는 보통 정부 부처 산하에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헌법상 행정부로부터 분리·독립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毒)이 되고 말았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탓에 선관위는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았고, 그로 인해 선관위는 지금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내부가 완전히 썩어버렸다.
실제로 선관위는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는 등의 혼란 속에서도 무더기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다음 달 1일 자 발령으로 총 49명의 직원을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고위급인 3급 이상으로 승진한 대상자가 무려 15명에 달했다.
특히 이번 승진 대상자 중에는 내부 인사에 대한 감사 업무를 일부 겸한 인사 담당자 등 최근 제기된 자녀 특혜채용 의혹 또는 미흡한 대처 등의 책임과 무관치 않은 이들도 포함돼 빈축을 사고 있다.
정말 가관이다. 온갖 특혜채용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선관위가 자숙하기는커녕 되레 ‘승진잔치’를 벌인 셈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위상에 도취해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 아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이 고위직뿐만 아니라 6급 이하 직원들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내부조사에 불응했던 선관위 직원 25명 가운데 14명이 7급 직원이었다. 다음으로 6급이 8명으로 뒤를 이었다. 2급·3급·8급 직원은 각각 1명이었다.
선관위가 이들 25명을 제외한 자체조사에선 전·현직 선관위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경력 채용 인원은 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급 이하 직원들이 연루된 경우는 15건이었다. 특히 선관위 6급 이하 직원들은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 형제·자매, 3촌·4촌의 경력직 채용에도 광범위하게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제공에 불응한 25명까지 전수조사하면 특혜채용 수가 현재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다. 두 배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썩어빠진 조직을 단지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과연 그대로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제는 해체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 같은 선진국에서 3·15 부정선거와 같은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적어도 제정신이라면 그렇다.
오히려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독려 현수막에 ‘내로남불’이라는 문구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금지했다.
그러나 막상 2022년 대선에서는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은 걸 수 있게 했다. 그러니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온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선거가 없는 평상시에는 별로 할 일도 없는 조직에 3000여 명의 국가공무원을 두고 운영한다는 건 국가 재정상으로도 큰 손실 아니겠는가.
따라서 우리도 다른 국가들처럼 선관위를 행정부처에 두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내부가 완전히 썩어버린 조직을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 일단 해체하라. 그게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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