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개가 짖는 법이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2-23 13: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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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원래 겁먹은 개가 많이 짖는 법이다. 보통 낯선 사람이 방문하거나 대형 견이 나타나면 작은 개는 두려움과 공포감에 시끄럽게 짖어댄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재가했다는 소식에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이 영락없이 그와 닮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최근 이재명 대표의 입에서는 거친 말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선에서 제가 부족해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치러야 할 수모와 수난은 제 몫이기에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역사의 죄인"이라면서도 "그러나 승자로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권이 지금 벌이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원할 것 같지만 정권과 권력은 길지 않다. '있을 때 잘해'라고 하지 않나. 나중에 후회할 일보다는 보람을 느낄 일을 찾는 게 낫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에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폭력배가 폭행을 저지르면서 ‘왜 방어를 하느냐. 가만히 맞아라’라고 하는 것, 이게 깡패의 인식이라고 생각된다”라면서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나”라고 쏘아붙였다.


    또 그는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나”라면서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연일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특히 그 유탄을 민주당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사법리스크’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무슨 험악한 말을 하든 국민의 눈에는 그저 겁먹은 개가 짖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쏟아내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거친 발언들은 과거 자신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을 두고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것이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매일 해도 된다”라며 응원했는가 하면, 12월에는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잡지 말라’고 할 수도 없기에 정치 보복이라 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물타기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자체의 토착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정치 보복’이라며 악을 쓰고 반대하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사람이든 짐승이든 두려움에 떨면 말이 강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이 대표가 아무리 이런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끝내 본인이 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져 자신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할 것이다. 국회 299석 가운데 민주당이 169석이나 되는 만큼, 이번 체포동의안은 이 대표의 생각대로 부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검찰은 제2, 제3의 구속영장을 계속해서 청구할 것이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구질구질한 이유를 대가며 체포동의안을 반대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고, 이 대표와 동반침몰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장담하는 데 이재명 대표 방탄의 대가는 그만큼 혹독할 것이다.


    정말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이번 구속영장 청구가 ‘정치 보복’이라면, 당당하게 나가서 자신의 결백을 판사 앞에서 증명하는 될 일이다. 굳이 의원 개개인을 찾아다니거나 의원총회를 열고 무려 10분 가까이 의원들에게 결백을 호소하며 부결시켜달라고 읍소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오히려 금배지의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험악한 말을 쏟아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원래 겁먹은 개가 많이 짖는 법이라더니 영락없이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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