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이 켜진 與. 이대로는 안 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4-06 13: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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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김기현 체제의 국민의힘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의힘 김기현호가 오는 8일 출범 한 달을 맞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컨벤션 효과는커녕 더불어민주당에 당 지지율까지 역전당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전당대회 직전에는 40%대 중반을 달리던 정당 지지율이 최근에는 30%대 후반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6일 개표 완료된 4.5 재보궐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텃밭인 울산에서, 교육감선거는 물론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고 말았다.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울산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 민주당 구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울산시장을 지낸 적도 있고, 울산 남구을에서 4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그런 여당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울산에서 그것도 대표가 직접 지원 유세까지 했는데도 민주당 구의원이 깃발을 꽂은 셈이다. 김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문제는 김 대표의 체면이 아니다. 과연 이런 상태로 여당이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받은 득표율의 반토막에 불과한 8%의 득표로 6명의 후보 중 5등을 하는 참담한 성적을 거두었다.


    전주을은 작년 5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이번에 유일하게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졌으며,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제1야당 후보가 없는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가 한 자릿수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것이다.


    어차피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고 그곳에서 당선을 기대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의 결과는 불문가지”라던 신평 변호사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라며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썼다가 이 부분을 삭제한 일이 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재보선 선거 결과는 비록 미니선거이긴 하지만, '김기현 체제'의 허약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울산 남구의 투표율이 33.8%로 유독 낮았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인식되는 곳에서조차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물론 김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묻긴 어렵다. 김기현 체제 출범 직후 한일정상회담 여파로 대통령 지지율이 꺾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당선된 김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하니까 이대로 가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김기현 대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자신에게, 혹은 당 지도부 전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특히 중도층과 수도권에서 지지자의 이탈이 심각한데, 그렇다고 보수층의 결집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5 재보궐선거에서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는 내년 4.10 총선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169석 거대 야당에 윤석열 정부가 발목 잡혀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건 국민에게도 고통 아니겠는가.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충정 어린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처럼 분탕질하는 소리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지만, 신평 변호사처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쓴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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