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험지 출마’ 국민 뜻 따르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11-15 13: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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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적절한 요구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공개됐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7%는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중진에 대한 야권의 험지 출마론이 '적절한 요구'라고 응답했다. 반면 '적절하지 못한 요구'라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9%다.


    전 지역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서울(긍정 50% 대 부정 32%), 인천·경기(43% 대 39%), 대전·충청·세종·강원(43% 대 39%) 등 수도권은 물론 진보진영의 지역 기반인 광주·전라·제주(52% 대 25%)에서도 이 대표의 험지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2배 가까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56% 대 33%), 부산·울산·경남(42% 대 35%) 등 영남권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조사는 무선 RDD 10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1.8%, 표본오차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 대표가 국회로 입성하는 과정에서 '험지 출마' 없이 당선될 자리를 찾아갔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중도층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대표는 국회 입성 과정에서 민주당 텃밭이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기존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에 출마해 손쉽게 당선됐다.


    당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김은혜 후보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도 인천 계양을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따라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이재명 대표가 그 지역에서 출마하는 게 순리라는 소리가 나왔으나 이 대표는 아무 연고도 없는 ‘텃밭’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빈축을 샀다.


    그것도 마치 당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처럼 하려다가 당시 공동비대위원장이었던 박지현의 폭로로 ‘셀프 출마’라는 사실이 알려져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있기에 이번에는 험지에 출마하라는 당내 비명계의 요구를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당내 대표적 비명(非이재명)계 인사인 이원욱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를 재차 촉구하며 출마 지역으로 이 대표의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이 먼저 선택해 준다면 언제든지 당이 가라는 데 가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식당·미용실 등을 방문하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 비명계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응해 현 지역구 사수 의지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 대표 측근들도 "현 지역구 외에 험지 출마나 비례대표 출마 등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험지 출마론에 "말이 되는 얘기냐"라며 쏘아붙였다.


    당을 위해 희생하기는커녕 되레 자신의 지역구를 사수해 ‘방탄용 금배지’를 다시 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취해 이성이 마비된 것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이재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 개인의 당이 아니다. 민주당을 위한 당원의 대표일 뿐이다.


    당이 이재명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당을 위해 당 대표를 선출했는데 그게 하필 이재명이었을 뿐이라는 말이다. 이런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정치인은 그 뜻을 따르는 게 상식이고 정도다. 이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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