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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의원이 2일 "차기 당 지도부에서는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라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진심이라면 환영한다.
국민의힘 3.9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의원과 이른바 ‘김장연대’를 이루었던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국면에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난무하는 등 걱정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같이 썼다.
여의도 정가에선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장제원 의원이 사무총장이 되어 사실상 공천권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었다.
이에 장 의원은 "특히, 일부 후보 측에서 '장제원 사무총장 설'을 퍼뜨리며 정치적 음해를 가하고 있다"라며 "이런 정치 현실이 참 개탄스럽다. 당 대표 경선에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경선이 좀 더 맑아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장 의원이 구체적으로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듯하다. 앞서 안철수 캠프 측은 '김기현을 찍으면 장제원이 사무총장이 돼 공천권을 행사한다'라는 내용의 이른바 '김찍장' 프레임을 제기했다.
그런데, 장제원 사무총장 설이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필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장제원 의원에게 “사무총장 등 주요 직책을 맡지 않겠다”라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었다.
이른바 ‘영남권 연대’라는 조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장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장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그런 장 의원이 돌연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윤심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실시한 당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공개됐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2월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에게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물은 결과, 안 의원은 43.3%, 김 의원은 36.0%의 지지를 받았다. 두 후보의 격차는 7.3%p로 오차범위(±4.7%p) 이내였다.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달 25~26일 실시했던 같은 기관 조사와 비교하면 안 의원 지지도는 9.4%p 상승했으나 김 의원 지지도는 되레 4.0%p 하락했다.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도 안 의원이 김 의원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안 의원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8.1%p 증가한 48.9%를, 김 의원은 3.6%p 감소한 44.4%를 각각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7%p,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렇듯 김기현 의원이 안철수에게 패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장제원 의원은 ‘2선 후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백의종군이 순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정말 그런 순수성이 있었다면, 김 의원이 앞서는 상황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는 모습만큼은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장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장 의원은 친윤계와 이준석 전 대표 간 갈등으로 당이 혼란상에 빠져있던 지난해 8월 31일 페이스북에서 "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 계파활동으로 비칠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하지 않겠다"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또 '2선 후퇴'를 선언한 것이다.
어쩌면 이게 실세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장제원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을 환영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이번 전당대회는 ‘윤심 팔이’ 진흙탕 대회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원들에게 다가가는 잔칫날이 되기를 바란다. 내부에서 분탕질을 일삼는 유승민 패거리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전당대회가 된 것만으로 당원들은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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