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12만 명 이동하는 사회, ‘비거주 = 투기’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칼럼 / 시민일보 / 2026-08-20 14: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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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정부의 주택 관련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1세대 1주택자라 할지라도 ‘거주용’과 ‘비거주용’을 엄격히 구분하여 차등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 반면, 비거주자에 대해서는 9억 원으로 대폭 낮추는 강수가 두어졌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기존의 보유 공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거주 공제를 최대 8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러한 세제 설계의 이면에는 '거주는 성실 납세, 비거주는 투기'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프레임이 깔려 있다.

    투기적 목적의 주택 보유를 억제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단지 ‘거주 여부’라는 단편적인 기준만으로 1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현대 사회의 역동적인 주거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다. 실제로 지난해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무려 611만 8,000명에 달하며, 이는 국민 8명 중 1명꼴로 거처를 옮긴 셈이다. 직장 발령,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거처를 옮겨야만 하는 부득이한 사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삶의 단계에 맞춰 주거지를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이자 생활 방식이다. 더욱이 2년 단위 전세 계약이 일반적인 한국 특유의 임대차 구조 속에서는, 내 집을 전세로 주고 직장이나 학군에 맞춰 다른 지역에 전세로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비거주자'로 분류된다. 이들 상당수가 하루아침에 투기 세력으로 내몰려 막대한 세금 부담을 안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정책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이미 거세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소득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대해 6만 건에 이르는 국민 입법 의견이 쇄도했다. "진단서 같은 민감 정보로 사생활 노출이 걱정된다", "왜 공무원이 내 인생을 판별하느냐"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이에 정부는 직장 발령, 육아, 봉양 등 부득이한 실거주 예외 인정 사유를 확대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개개인의 사정을 정부가 일일이 심사해 세금 감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형평성 시비를 무한 반복하게 만들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개편안이 초래할 부동산시장의 왜곡과 서민 주거의 불안정이다. 비거주 1주택자가 시장에 제공하는 임대 물량이 위축되면,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안정까지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 보유 공제를 급격히 축소 및 폐지할 경우 전월세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상당하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늘리는 등 대대적인 공급 및 금융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징벌적 세제로 기존 매물을 잠그고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키면서, 신규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거래세와 보유세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 임대인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라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무시한 채, 징벌적 세금과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과거 전월세난 심화라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음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학습했다.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표적화한 출발점부터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투기 억제는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 등 더 선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김민석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비거주 1주택자 보유 공제 폐지는 사실상 증세”라며 보완을 시사한 바 있다. 국회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가구 이동 실태에 맞게 정부안을 전면 수정해야만 한다. 연간 612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삶과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현실을 외면한 ‘거주 중심 과세’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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